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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Feb 12. 2022

이혼하는 심경

오늘은 종일 피곤하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침대에서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혼을 통보받다시피 한 11월 이후로

말로는, 머리로는 ‘괜찮다’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구나 싶다.

모처럼 몸이 아프니 외로움과 억울함과 서운함이 한 번에 밀려오고,

한편으로, 그동안 몸져눕지 않은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당황스러움은 배신감으로, 배신감은 다시 허탈함으로 변한 나날들이다.

시련을 당했는데 연애를 했으면 ‘이별’이었을 것이, 결혼을 해서 ‘이혼’이 되었다.


내 인생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불행에 도저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여러 사람을 물고 늘어졌다.

당사자인 배우자는 당연하고, 부모님들, 비슷한 경험을 한 지인, 내 또래 기혼자 친구 등

이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서,

나는 우리 결혼생활에도, 그와의 관계에도 늘 진실하게 한결같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이혼 고민을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내가 신뢰할 수 없고 이토록 벗어나고 싶을 만큼 배우자로서 큰 결함이 있었을까 봐,

내가 무엇을 더 잘했어야 할지, 앞으로 내가 노력하면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 답을 얻고 싶어서

난생처음 아주 사소한 내 개인 사생활까지 털어놓으며

내 시간에 그들의 시간을 맞춰 달라고 간청하며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고 묻고 또 물었다.


울기는 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잠들기 전에도 울고 자다가 꿈꾸면서도 울고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자는 사람인데,

12시~1시에 잠들어도 새벽 4~5시면 잠이 깨서

또 한동안 울고

친구들과 메신저를 하다가도 울고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도 울고

점심을 먹으려고 밥 한 숟가락 뜨다가도 또 갑자기 울고

커피 포트에 데운 물로 차를 우리다가 부엌 한편에 쭈그려 앉아서 울고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바깥바람을 쐬러

단골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다가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꺼이꺼이 소리 내서 울까 봐

식사를 반도 채 마치지 못하고 급하게 계산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새 모이만큼 먹고서는 그나마 그 정도라도 식사를 했다는 안도감에 젖었다.


어렴풋이나마

내 결혼 생활의 실체가 보이고

아무리 내가 억울해도 그 사람은 마음이 결코 돌아서지 않을 것이며,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결국 나에게는 독이라는,

이 결혼으로 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그리고 내가 그토록 믿고 평생을 의지하며 오손도손 살고자 했던 사람은

내가 더는 노력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깨닫고는

집을 내놓고, 그 사람이 먼저 집을 떠났고,

법원에서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일 때문에 일로 엮인 분들과 이메일, 문자, 메신저 등으로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사람이 너무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니

불안증이 찾아와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그냥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다가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손에 계속 땀이 차서

마우스를 휴지로 닦아야 했고,

심장이 빨리 뛰니까 너무 피로했고,

그러면 한두 시간 멍하니 마음을 진정시키는

휴식이 필요했고

그렇게 4시간에 할 일이면

1시간 하고 1시간 반에서 2시간 쉬는 식으로,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불안증은 덜 하지만

너무 졸려서 집중력은 급격히 저하하고 결국은 또 휴식이 필요해서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느림보 거북이처럼 일하고, 일을 하기 위한 휴식 시간을 지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원래 쓰려던 글은 이런 내용은 아니었는데,

그리고 이혼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참……

생각지도 않은 어이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서

그걸 또 예측도 할 수 없어서

정신과 마음이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나날들이었고,

예전보다 이혼이 흔한 세상은 맞고, 옳고 그름의 문제는 분명히 아니지만,

온갖 상처와 모순으로 점철된 이혼이라는 것은, 특히 그 과정을 감내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결혼의 실패이자 불행이자 고통이라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쓰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곧 이사라서

다시 정신 차려서

내일은 짐 정리도 하고

이사 전에 처리해야 할 일 목록도 만들고(꼼꼼하게, 빠뜨리지 않도록)

이번에 이사하면서 책장과 책상은 새로 장만할 거라서

이제는 가구도 몇 개 골라야겠다.


부디, 굿나잇!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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