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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n 22. 2023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

만족할 줄 알고, 소중히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

사람은 분명히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인간과 환경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인간이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상황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도리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행복한 사람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결국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하고(만일 길이 안 보인다면 개척해 나가고), 불행한 사람은 온갖 행운이 따르고 아무리 좋은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남을 탓하고 갖은 불만불평을 토로하며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었다(그러나 자신이 불행한 줄 모르고, 자신이 제일 잘 나고 가장 힘든 줄 안다. 이러한 무지가 더 비극이다). 가령, 불행한 사람은 진수성찬을 보고도 입맛에 안 맞는다며 반찬 투정을 하는데, 행복한 사람은 끓인 누룽지 한 사발이 주어져도 독특한 고소한 맛을 음미한다. 나는 이러한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라 감사하는 마음과 불만불평 사이를 자주 오가고 있다. 우리집의 ‘만족할 줄 모르는’ 불행 유전자 내력을 이어받아 때때로 마음대로 되지 않아 갈등하며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소한 불행이 불행인 줄 모르는 무지의 비극에서는 빠져나왔으며, 예전보다는 행복 이정표를 곧잘 마주치며 따라가고 있다. 아마도 매사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고, 진심에서 우러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행복하며 더욱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잘 되지는 않지만 요새는 부모님께도 때때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건강하게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

(알코올 의존증 아빠와 달리)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로 낳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똑똑하게 낳아 주시고,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으로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 (인내할 수밖에 없는 성장환경이라 역효과로 인내심이 지나쳐서 독이 될 때도 있었지만)

내 소울메이트, 사랑하는 동생을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

(어렸을 때) 인스턴트를 멀리하고 직접 요리한 건강한 식사를 매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하다.

책과 교재를 마음껏 사볼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하다.

대학 등록금과 각종 교육비, 시험 응시료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부모가 아니라서 자식으로서 세상의 눈치(타인의 이목)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하다.

(식견이 좁고 세상물정에 어두워 무관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지만) 무관심 덕분에 간섭 없이 원하는 진로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정서적 학대와 방임을 일삼아 큰 상처와 고통을 남겼지만) 비록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도 두 분이 의존해 살아가며, 집 떠난 자식에게 더 이상 의존하거나 연락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하다.

(술 마시는 거 제외하고) 식사와 운동, 건강검진 등 자신들의 건강 관리에 민첩하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




예전에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버젓이 존재하는 상처를 자꾸 덮으려고 했다. 부모의 부정적인 면모는 지우고 긍정적인 면모를 부풀려서 좋은 점에만 천착하려고 했다. 왜곡된 시각은 ‘좋은’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낳았고, 좋은 부모가 불편한 분열적인 감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죄책감만 점점 커져갔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간직한 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려고 한다. 아픈 기억을 모조리 잊어버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잊힐 기억이었으면 벌써 잊혔을 것이고, 트라우마로 남아있지도 않았을 것이며, 책 한 권을 쓰는 수고로움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모의 긍정, 부정적인 면모를 왜곡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나 자신도, 타인도, 세상도 비로소 ‘있는 그대로’ 올바로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의 장점과 단점을 같이 수용하고,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는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사소한 일상에서도 나도 모르게 ‘감사하다’고 마음속으로 틈틈이 되뇌곤 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회복하는 것은 부모님께 감사하기보다는 난이도가 훨씬 낮다.


아침을 깨우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새소리에 감사하고, 창문 열면 솔솔 부는 상쾌한 바람에도 감사하고, 아침마다 넘겨보는 일력의 헤르만 헤세의 명문에도 감사하다. 나를 일깨우는 이 일력을 만들어 주신 여러 사람들께도 감사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필라테스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운동에는 젬병인데도 꾸준하게 성실히 필라테스를 하는 나 자신에게도 고맙고, 긴장을 완화하거나 지루함을 달래도록 좋은 음악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 더위에 고장 나지 않고 잘 작동하는 에어컨도 고맙고, 귀찮을 때 집에서 편하게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배달해 주시는 라이더 분들께도 감사하고, 매끼 알찬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주신 반찬 가게 사장님께도 감사하다. 내 유능함을 알아보고 일거리를 주어주는 분들도 감사하고, 몸 관리에 신경 쓰며 역량껏 일을 해내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지쳐서 걷기 힘들 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체력이 건재함에 감사하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지켜주고 계신 어딘가에 있을 신께도 감사하다.


별것 아니지만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난 ‘감사하다’라는 마음속 속삭임은 꽁해 있거나 꽁해지려는 마음에 온기를 더하고, 얼어붙지 않도록 마음을 풀고 너그러워지게 한다. 그리고 이런 내가 나도 참 좋다.



총 2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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