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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12. 2020

하루에 3권 독서는 기본이라고요. 아.시.겠.어.요?

동네책방이 인터넷서점보다 좋은 이유

전자상거래인 인터넷서점은 무척 편리하고 매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오늘의 책’, ‘편집장의 추천’ 등 명칭은 다르지만 서점 자체적으로 회의 과정을 거쳐 선정한 책을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 금요일 오후 5~6시 사이에 소개하는 역할이다. 한 회에 선정되는 책은 4권, 일주일에 총 8권, 한 달에 약 32권~40권, 일 년에 416권(8권ⅹ52주)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주목받는 책들이다. 나도 MD 님들이 고심해서 쓴 도서 추천글을 읽는 것을 참 좋아하고, 책을 고를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다만, 인터넷서점은 너무 친절한 나머지 주목해야 할 몇몇 책은 더 큰 영역에, 서점 어느 페이지에 접속을 해도 반복해서 자주 보이도록 배치를 한다. 실질적으로 비교적 다양한 책을 접하기가 어려워 구매자의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구매 결정 단계에서 MD 추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독자가 고민을 하거나 생각할 여지가 별로 없다. MD가 고민의 과정을 거쳐 골라준 주목 도서 중에서 선택을 하면 된다. (적립금, 마일리지 등을 차감을 해야 하지만) 따라오는 각종 사은품은 덤이다.




어찌 보면 동네서점의 큐레이션이야말로 편향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책방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이 되고, 방문자는 책방 주인이 골라 놓은 책 안에서 어떤 책을 볼지 ‘고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민’을 한다는 것, 이 지점이 좋아서 나는 종종 동네책방을 찾는다. 책방난달 입구의 1평 남짓 되는 오른쪽 공간에 긴 디귿자 모양의 평대와 서가가 있다고 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위아래로 움직여 쭉 훑어보기만 해도 대략 80~100권가량의 책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 공평하게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손이 잘 닿는 평대의 가장 앞줄에 놓였거나, 눈높이에 맞는 서가에 꽂힌 책들은 사람들이 더 자주 찾기 마련이다. 사장님께서 정말 추천을 하고 싶으셨는지 가끔씩은 연달아 두 권, 네 권이 옹기종기 모여서 눈에 확 띄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 한 권이 딱 자신의 크기만큼 자리를 차지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서점을 가볍게 한 바퀴 돌면서 어느 평대와 서가를 눈여겨볼지, 어떤 책을 꺼내서 읽을지, 읽다가 그대로 덮을지, 구매해서 집으로 가져갈지 등 독자이자 구매자는 비교적 긴 고민의 과정과 선택의 시간을 ‘경험’을 하게 된다.




초보 독서가라면 더욱 인터넷보다는 동네책방이든, 대형서점이든 매장에서 책을 직접 경험한 뒤 구매하기를 권한다. 책은 상품이자 사물이지만 예전부터 사람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해왔다. 많은 이들에게 좋다고 해도, 어느 똑똑하고 유능한 교수가 추천을 한다고 해도 결코 나에게 좋은 책이 아닐 수도 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드물다. 남들에게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나에게 썅년, 썅놈이면 나쁜 사람인 거다. 베스트셀러도 좋고 MD가 추천한 책도 좋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데, 이왕이면 독서를 하고자 하는 시기에 스스로에게 정말 유용하고 마음이 끌리는 책을 발견해서 읽는 거다.


타미: 어릴 때요. 서른여덟 살 정도 되면 완벽한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모든 일의 정답을 알고 옳은 결정만 하는 그런 어른요. 그런데 서른여덟이 되고 뭘 깨달은 줄 아세요? 결정이 옳았다 해도 결과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거. 그런 것만 깨닫고 있어요.

브라이언: 마흔여덟 정도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이거 스포일런데.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옳은 것일까. 뭐 나한테 틀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틀리는 걸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_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4화 중에서




“선생님께서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으시나요?”

“여러분은 하루에 몇 권의 책을 읽으세요? 저는 대학생이라면 하루에 3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을 해요.”


조한혜정 교수님께서 우석훈 박사를 초빙해 한 학기 동안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우 박사님이 2007년 8월 박권일 저자와 함께 쓴 <88만원 세대(레디앙)>를 출간 후 대중적인 인지도가 한창 높을 때였다. 이 책은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1편이었고, 연달아 3편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 2008.6)>, 2편 <조직의 재발견(개마고원, 2008.9)>, 4편 <괴물의 탄생(개마고원, 2008.9)>을 출간했다. 3편이 2편보다 몇 개월 먼저 출간이 되었다.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대학생들이 수두룩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들에게 우 박사님은 한 달도, 일주일도 아니고 하루에 세 권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말인 즉, 어떤 책을 읽을지 살펴보면서 고민의 과정을 거치는 것, 책을 만지고 펼쳐보며 물성을 느끼는 것, 앞뒤 표지, 책날개, 목차 등을 훑어보는 것, 본문을 스르륵 넘기면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토대로 내용을 유추해서 책의 메시지를 대강이라도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더라도 우선 하루에 새로운 책을 세 권씩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서점의 매장에서는 이런 경험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다. 인터넷서점에서는 구매하기 전에 실물 책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약 30쪽가량을 읽어볼 수 있는 미리 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카드 뉴스, 상세 이미지 등으로 책의 핵심, 읽어야 하는 이유 등을 간략하면서도 신박한 방식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참고로, 둘 모두 기획과 제작은 출판사의 몫). 독자는 효율적으로 책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책을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도움이 되지만, 다른 상품과 달리 책의 특성상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을 이 보완책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커피포트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경우를 생각해 보자. 포털이나 자주 사용하는 쇼핑몰에서 ‘커피포트’라고 검색을 한다. 구매자 평점과 구매율이 높고 리뷰가 많이 남겨진 제품을 선택을 하면 어지간하면 구매에 실패하지 않는다. 100% 만족감은 아닐지라도 별다른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다. 브랜드별로 가격대가 형성이 돼 있다. 특정 상품에 관한 구매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좋다/안 좋다, 만족한다/불만족스럽다, 구매를 추천한다/추천하지 않는다, 화면, 소개 내용과 거의 같다/과장되었고 너무 다르다, 저렴한 값을 하지만 쓸 만하다/가격이 싼 만큼 쓰레기다, 비싼 값어치를 한다/비싸기만 하고 내실이 없고 돈 버렸다 정도로 갈린다. 소비자는 저렴하면서도 질이 좋고 고급스러운 제품을 원한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할 경우, 미충족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을 해서 구매를 한다.


각 쇼핑몰에서는 구매자 평점과 구매율이 높은 상품을 위주로 추천을 하고, 검색 시 상단에 보여준다. 대략 위에 보이는 상품을 선택을 하면 그냥저냥 사용할 만하다. 최근에는 솔직하고 꼼꼼한 유튜브 소개 영상을 보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직접 가서 본 것 같은 효용감을 느끼기도 한다. 매장에 가서 직접 살펴보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비슷한 상품을 비교한 내용까지 알게 된다. 화장품의 경우는 50~100개의 제품을 일일이 성분 비교를 하는 유튜브 영상도 있다. 쇼핑몰의 구매자 평점에 유튜브의 솔직 후기까지 보고 나면 일부러 의도하지 않는 한 쇼핑을 실패할 확률은 더더욱 줄어든다.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구매자 평점과 한줄평 등이다. 다른 제품과 달리 상품으로써 책만의 참 독특한 특징이 있다. 베스트셀러라서 표지를 클릭해 도서 상세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5점 만점에 3점, 때로는 2점, 1점으로 별점 테러 수준인 책들도 있다. 문화 상품이라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경우를 5점이라고 할 때, 3점~4점 정도라면 독자 반응이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간혹 구매자 평점은 3점 미만인데 신기하게도 베스트셀러인 경우다. 5점 만점에 3점인 커피포트였다면 진작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베스트 상품, MD 추천, 검색 시 상단 노출 등에서 이미 사라지지 않았을까.


책 마케팅에서도 자연스러운 입소문과 바이럴은 다른 어떤 수단보다도 홍보와 판매에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요소다. 그러나 다른 제품, 영화/드라마/웹툰/게임과 같은 문화 상품과 달리, 책의 판매량과 독자 평점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때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가 전국을 강타한 적도 있으나, 최근에 이런 경향은 많이 옅어진 듯하다. 평론가나 전문가의 비평에 상관 없이 대체로 시청자(구독자, 관객, 사용자)의 평에 비례해서 콘텐츠 소비가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물론, 팬덤성이나 마니아성이 짙은 콘텐츠는 예외이다. 반면, 독자 평점과 만족도는 높은데 판매가 거의 되지 않는 책은 허다하다. 판매가 잘 되고 있는데 독자 반응까지 좋다면 아마도 그 책은 꾸준히 유통되어 꽤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판매량과 독자 평점 사이에 별로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앞서 얘기했듯이 책은 사람과 닮았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책이었더라도, 다른 이에게는 그저그런 평범한 이야기였을 확률이 농후하다. 좋고, 좋지 않고에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한 커피포트처럼 절대적인 기준이 있지 않다. 책은 개인의 경험, 성장배경, 성향에 따라 좋고, 싫고가 나뉘는 취향의 성격이 강하다.


갈수록 베스트셀러 여부는 SNS를 포함한 각종 미디어 노출에 종속되는 경향이 짙어진다는 생각이다. 영향력 있는 대중인사, 스피커, 인플루언서의 입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이 흘러나온 뒤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부터 늘 있어왔던 일이고, 묻혀 있던 좋은 책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서 사랑을 받는다는 건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출판 유통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게 좋은 신호인지는 잘 모르겠다. 구매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서점에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이 나타난다.




한 달 전 책방난달에서 발견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두 권을 거의 다 읽어 간다. 내가 샀던 건 5월과 6월이었다. 조만간 들러 8월 시집도 데려와서 나의 생일 시를 필사해봐야겠다. 좋아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실린 1월 시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클로드 모네는 고흐와 더불어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손꼽히는 화가라던데. 그래서인지 지난번에 1월 시집은 이미 판매가 되었는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유리 벽 하나를 통과했을 뿐인데 책방난달에 가면 시간이 멈춘 듯 다른 시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고요함과 평온함, 좋은 음악과 은은한 조명, 취향을 존중받는 책들 사이에서 아늑한 의자에 앉아 한껏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싶다.



앞선 글이 한 편 있습니다.

- 앞선 글에서는 동네책방과 다른 인터넷서점의 특징(도서 홍보의 한계점)을 약간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이 글은 이 부분에서  앞선 글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 앞선 글의 주된 내용은 우연히 알게 된 동네서점 '책방난달'에 들른 감정, 그곳에서 발견한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만난 거리의 악사 같은 소중한 인생 서점

 : 숨겨진 연신내 동네서점, ‘책방난달’



책방난달

주소: 서울 은평구 갈현로 273-1 1층 (지하철 이용 시 연신내역 하차, 7번 출구에서 도보 10~15분)

연락처: 010-4933-5905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nandal/

영업시간: 평일 오후 운영. 토, 일 미운영. 대관 진행 등으로 방문이 제한이 될 수도. 한편, 책방 내에 책 읽는 사람이 있으면 영업시간을 연장을 하기도 함. 근처 거주자가 아닌 방문자라면 전화나 인스타 메시지 등으로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


책방난달 외관(사진 출처: 네이버 업체 정보)


책방난달, 책의 표지가 보이는 서가(사진 출처: 네이버 업체 정보)


지하철 이용 시 연신내역 하차, 7번 출구에서 도보 10~15분



책 정보


우석훈, 박권일, <88만원 세대>, 레디앙, 2007.08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 <조직의 재발견>, 개마고원, 2008.9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2)


우석훈, <촌놈들의 제국주의>, 개마고원, 2008.6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괴물의 탄생>, 개마고원, 2008.9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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