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찍 어른이 된 이유

IMF가 터지던 해, 나는 열아홉에 어른이 되었다

by 경리언니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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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어떻게 20년 넘게 회계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아마 나는 조금 일찍 어른이 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IMF가 터졌다.

그 전까지 우리 집은 평범한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사업을 했고 집도 있었고 큰 걱정 없이 살아가던 가족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세상이 그렇게 갑자기 바뀔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IMF 이후 모든 것이 빠르게 무너졌다.

아버지의 사업이 흔들렸고 빚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집도 넘어갔다.

집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한숨 낮은 목소리의 대화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

그때 처음 알았다.

돈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대학에 가고 싶었다.

친구들처럼 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집 형편상 낮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학교에 가는 생활.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과외도 했고 편의점에서도 일했고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남들은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생활비를 계산하고 등록금을 계산하고 다음 학기 돈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이미 내 머릿속에는 늘 숫자가 있었다.

“이번 달은 얼마가 필요하지.”

“다음 학기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하지.”

“이 돈으로 버틸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인생이 숫자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

그 시절의 나는 조금 조급한 사람이었다.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집안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을 시작했고 그렇게 회계라는 일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숫자들이 내 인생의 20년이 될 줄은.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는 어쩌면 그때부터

버티는 삶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경리언니 찐나의 다독임"

어쩌면 우리는 조금 일찍 철이 들어버린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늘 참고 늘 버티고 늘 괜찮은 척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강해서 버틴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간절하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삶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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