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쉽게 생각했던 날, 나는 숫자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업은 IMF 이후 한 번 크게 무너졌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였다.
작은 사무실 많지 않은 거래처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일들.
그 옆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일을 돕게 되었다.
처음 맡은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영수증을 정리하고 거래 내역을 맞춰보고 통장을 확인하는 일.
그저 단순한 경리 업무였다.
당시의 나는 회계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수증을 정리하고 돈의 흐름을 기록하는 일.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대충 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 있었다.
세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
매출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사업도 이제 막 다시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세금은 생각보다 컸다.
그때 처음으로 세무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알게 되었다.
회계는 단순히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같은 매출과 같은 비용이라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세금은 달라질 수 있었다.
조금만 지식이 있어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세금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조금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
그날 이후 나는 회계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영수증 하나, 거래 하나
그 안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사실 내 전공은 회계와 전혀 다른 화학공학이다.
숫자를 다루기는 하지만 회계와는 전혀 다른 공부였다.
그래서 더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다.
회계 책을 찾아 읽고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계정과목도 낯설었고 세금 구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회계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회사와 사업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일이 익숙해졌다.
숫자를 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회계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미
회계라는 길 위에 서 있었다.
"경리언니 찐나의 다독임"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길을 걷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길이 자신의 길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지금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배우고 계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