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 이었습니다. 진지하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봤던 때가.
초, 중, 고등학교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대학교는 성적에 맞춰 입학하고 6년 정도 대학생이란 신분으로 살면서도 한 번도 나란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업을 앞두고 진지하게 A4용지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약한지 하나씩 고민하며 적어내려갔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사전작업이었지만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저처럼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은 점점 사회에서 설자리를 잃어갈 것입니다. 대학은 이제 생계수단을 확실히 보장해주지 못하고, 소위 괜찮은 직업은 명문대생들끼리 경쟁하기도 빠듯하기에 어중간하게 공부하여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에겐 어쩌면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크게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죽어라 공부해서 SKY를 진학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발견하여 그것을 연마해가는 것입니다.
다른 길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물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겠지만 새로운 길은 아닐 것입니다.
죽어라 공부해서 SKY를 가는 것에 대해선 연재글 #10 이후부터 학습법에 관해 다룰 것이니 이 글에선 두 번째 이야기만 하고자 합니다.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이전 사회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다양한 정보를 어떻게 편집하고 새롭게 포장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이미 지금도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내가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보한 정보나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주 된 능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이를 편집력과 창의성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잘하기 위해선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셀프검증과 확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다양한 직접 경험, 누군가 알려준 간접 경험, 폭넓은 독서, 전 세계 여행 등 교과 이외의 비교과 활동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가 수업하는 한 아이는 어머니께서 아이의 사교성을 눈여겨보시고 1년간 해외에서 영어공부만 시키셨습니다. 그리곤 한국에 돌아와 수화를 배우게 하시며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도 하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셨습니다. 다른 과목의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아이는 영어와 수화라는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학 간판, 중요합니다. 대학 간판을 따는 것은 그 무엇보다 노력과 집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대학 간판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위 학생처럼 어릴 적부터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 갈고 닦는 아이들이 좀 더 빛을 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는 학생들이 주변에 참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는 것 물론 쉽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는 내 아이,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것이 부모에게는 슬픈 멍에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아이의 생각과 방향을 잡아주지 못한다면 아이는 중고등학생 시절 그저 학원과 학교만 왔다갔다 하는 그저그런 학생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