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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Feb 06. 2019

#4 취향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이는 매력있다. 

출처 : www.unsplash.com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취향이라는 것이 생길 줄 알았다. 퇴근 후, 나만의 시간에 몰두할 수 있는 어떤 일. 

그것이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이 됐든, 

업무 외적인 배움이 됐든, 

그도 아니면 (그럴 일은 없지만) 혼자만 아는 조용한 술집 또는 커피전문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이런 소소한 취향이 모여 그 사람의 분위기가 되고, 그 사람만의 매력이 된다 생각했다. 


내겐 그런 분위기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없었다. 

일상에 지치니 '그냥 쉬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하고 싶지도, 

뭘 먹고 싶지도 않았다. 

머리와 마음은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데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길 원했다. 


어떤 일이든 새로운 경험을 주입해야 흥미가 생길 텐데, 그러기엔 내가 가진 에너지가 부족했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분명 내겐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몇년전만 해도 나만의 색깔이란 것을 갖고 싶었는데, 

그런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느새 무채색의 삶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퇴사를 하기도 하나보다. (대부분의) 회사는 무채색의 삶을 선호할 테니 말이다. 

한동안 프리로 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보니, 

자유롭게 누렸던 나만의 시간들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물론 예상을 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소속을 찾아 들어간 건, 색채가 뚜렷한 삶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삶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떤 날, J가 후회하냐 물었다.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너와 날 위해서도... 개인적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결단이었고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딘가에 소속되었다 해서 나만의 색채를 갖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무언가 경험할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현격히 줄긴 했지만, 스스로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어쩌면 바뀌어버린 환경보단, 내 안의 그런 욕구가 덜했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만나온 자기 색채가 뚜렷한 사람들은, 언제나 활기차고 주관이 뚜렷했다. 

호불호가 명확했고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생산적으로 알차게 보내려 항상 애썼다. 출산과 동시에 그 빛을 잃어버리는 이들도 있었고, 회사일에 치여 생기를 잃어간 사람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틈틈이 자기시간과 자신의 취향을 확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 비친 그 사람들은 자신만의 모습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하얀 도화지 위에 원하는 색깔의 물감을 무단히도 칠하려 노력하고 있어보였다.  


자기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 

자기만의 장소에서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사람. 

일 외에 오랜시간 꾸준히 몰두할 수 있는 어떤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 


그래서 누구와 대화를 해도 즐겁고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독서와 글쓰기. 

누구나 쉽게 가지는 취미활동이지만, 이를 보다 꾸준히 그리고 잘 배워 올해엔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 


내가 가진 에너지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에

독서와 글쓰기만큼 생산적인 활동은 없기에. 

조금 더 확고한 나만의 취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출처 : www.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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