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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Mar 04. 2019

#종이책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아직은 더 끌리는 이유 

출처 : https://unsplash.com/

책을 잘 읽지 않던 친구가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이 읽을만한 책을 몇 권 빌려달라고 했다. 평소 책 추천도 안 할뿐더러 책을 타인에게 빌려준 적이 없었기에 그냥 흐지부지 넘어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친구가 책을 읽겠다는데 그 정도 수고도 못해줄까 하는 생각에 책장에서 친구가 읽을만한 책 5권을 선별해 건네주었다. 


추리소설 1권

독서법과 관련된 책 2권 

인문서 1권 

에세이 1권 


빌려준 책들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로 즐겨 읽었던 부류의 도서들이었다. 책을 빌려주고 서로 일이 바빠 4개월 정도 만나지 못하다 얼마 전 만났을 때,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나 : 5권의 책 중 어떤 책이 제일 너한테 맞디? 

친구 : 아... 미안 아직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책만 보면 졸리고 일이 바빠서 읽을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

나 : 그러냐~다 읽으면 얘기해줘. 


그 이후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로 그날의 술자리가 끝났지만, 난 좀 서운했다. 내 딴에는 열심히 책을 골라 5권을 빌려주기까지 했는데 친구는 책을 단 한 권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는 것과 어쩌면 (내가 달라고 하지 않는 한) 빌려준 책들이 그 친구네 책상 한 켠에 영영 머무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이 뭐라고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친구에게 5권의 책을 선물했다고 생각해도 되고, 다시 읽을 책이라면 다시 구매하여 보관하면 그만인 일인데 말이다.  

더구나 내 책장에 꽂혀 있다고 해도 언제 다시 읽을지 모를 책인데, 그럼에도 소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괜스레 책을 읽지 않은 친구가 좀 괘씸하게 느껴졌다. 




한 권, 두 권 사 모은 책이 어느새 700권 가까이 되면서 내 방엔 더 이상 그 책들을 모두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버릴 책들은 버리고 정리하여 500여 권의 책만 서재에 두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책은 많았다. 많다고 생각해도 책은 꾸준히 구입하게 된다.  

친구에게 빌려준 책들은 이미 읽은 책들이고,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꽤나 되지만, 

난 여전히 '도서의 소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출처 : https://unsplash.com/

책이 많아지고, 가방의 무게가 무거워지면서 전자책의 구매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이것저것 비교해보며 구매를 고민해봤지만, 결국 구매까지 가지는 못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여러 번 기기를 만져봤지만, 책을 읽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도서가 전자책으로 지원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기기는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니 휴대폰처럼 2년마다 계속 바꿔줘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익숙하지 않았다. 

 

편리한 휴대성에 가볍고 다양한 책들을 한 번에 담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전자책의 매력이지만, 그런 장점들은 왠지 아직까지 내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여전히 백팩을 메고 다니며, 가방 안엔 항상 수업교재와 필통, 우산 그리고 읽을 책을 지난 10년 가까이 넣어 다니다보니 큰 불편함이 없었다. 


북마크로 인상 깊은 구절을 표시하기도 하고,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은 형광펜으로 밑줄도 긋고, 때로 어떤 대목에서 내가 가진 생각을 포스트잇으로 써서 붙여가며 책 한 권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는 독서습관은 전자책으로 대신할 수 없었다. (메모기능과 형광펜 기능이 전자책에도 있지만, 직접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물론 부분 기대감에 구매한 종이책이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경우도 많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경우도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내용이 괜찮은 책은 여전히 꼭 구매하게 된다. 


남아있는 500권의 책을 정리할 때 즈음 또 한 번 전자책 사용에 대해 고민하겠지만, 

40대가 되면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전자 책보단 종이책을 더 찾게 될 것 같다. 아직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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