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소향 Oct 19. 2021

당신만의 속도

#2. 윤지온&남영주 '느린 걸음'

* 아무런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글을 읽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ttps://youtu.be/LlaP_gGrEbo

많이도 울었어. 지나온 날에

혼자였던 외로웠던 마음이

누간가 말했어

인생은 마치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행길이라

힘이 들면 쉬어가도 된다고

갈 곳 잃은 두 발은

조각난 맘을 맞춰보고 이해하려 지난날의 길을 걸어가

노을이 물든 아름다운 곳을 보며


어제보다 맑은 하늘을 보며

차가웠던 어두웠던 두 눈에

비가 아닌 꽃을 내려 마음 위로

갈 곳 잃은 두 발은

조각난 맘을 맞춰보고 이해하려

지난날의 길을 걸어가

노을이 물든 아름다운 곳을 보며 You, re


느린 걸음이라도

그 속을 걷는 사람들 중 하나

유일한 네 이름 그 마음 소중히 안아 지켜주길 바래 You, re




W : 왜 그렇게 조급해해요?

S : 음.. 선생님 눈에 그게 느껴지셨나요? 제가 사실 재수를 해서 대학도 1년 늦게 들어가고, 중간에 휴학도 하느라 졸업도 늦어졌거든요. 거기에 취업은 안되고 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에 비해 취직도 늦어졌어요.

W : 그건 우리 둘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S : 네. 근데 요새 자꾸만 조급하다고 느껴져요. 친구는 이미 대리로 승진하고 승승장구하는 것 같은데 전 계속 늦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W : 늦은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 그냥 늦었네요. 그렇잖아요. 나이도 똑같고, 같은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도 친구가 먼저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S군이 늦은 건 맞잖아요.

S : 네...

W : 그래서 그 조급한 마음을 타계할 방법이 있어요?

S : .....

W : 알아요. S군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거. 나도 느끼는 감정이니깐.

S : 선생님은 그런 감정이 들 때 어떻게 했나요?

W : 나라고 별 수 있었을까요.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난 S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예요.

어쩌면 우리 삶에서 비교란 당연한 거예요. 우린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데 '누가 뭐 했다..' 이런 소리가 자연스레 들리잖아요. 난 가만히 있어도, 빨리 취직하라고, 빨리 결혼하라고 주변에서 보채기도 하고.

또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나면 또 아이는 언제 가지냐고.. 누구네는 벌써 손자가 몇 살이라고 넌 어떻게 할 거냐며..

S : 맞아요.

W :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날 가장 사랑하는 내 부모님이잖아요. 혹은 내 주변에 가장 친한 친구들도 날 위한다며 가끔 그러기도 하고.

S : 그러니까요. 주변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니 더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W : 결국 나다움을 지켜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살다 보니 알겠더라구요. 우리 삶의 속도란 다 다른 거잖아요. 누군가는 빨리 걷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조금 느리게 걷기도 하는 거고.

중요한 건, 내 안의 확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금 늦더라도, 이렇게 가도 괜찮다는 내 안의 확신. 그게 필요하더라구요.

S : 그 확신이 들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W : 찾아야죠. 남과의 비교는 멈추고 내가 원하는 삶. 그게 뜻대로 잘 되지 않아도 원하는 바가 명확해야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때론 주변과 자꾸 비교하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전 아무리 오래된 인연이라도 멀리했어요.

다행히 가장 멀리하기 힘든 가족은 그래도 항상 제 편이 되어주었기에 스스로의 삶을 잘 지켜내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S :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W : 그럼요. S군은 지금도 잘하고 있는걸요. 자존심이 상하고 너무 힘이든 날은 날 찾아와요.

그럼 제가 술 한잔 사드릴게요. 참 신기하게도 우린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때론 깊은 고민을 터놓지 못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내 감정의 쓰레기통은 아니니.

S : 맞아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하다는 이유로 속 깊은 고민을 하기가 더 힘들어져요.

W : 그래요. 그럴 땐 날 찾아와요. 우리 사이엔 어느 정도 안전거리가 있으니. 그렇다고 너무 자주 찾아오지는 말구요. 정말 힘들거나, 축하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줘요.

S :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W : 별말씀을요. 또 봐요.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건 자기 확신과 남과의 비교를 멈추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아니 어쩌면 빠르진 못하더라도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야만 그래도 괜찮게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들게 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만의 방식.

무엇이 내 방식이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제대로 삶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배우지 못한 우리는 어쩌면 그 조차 깨우치기 쉽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대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은 많은 이들을 통해 검증된 삶의 공식과 같은 것일테니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우리 부모세대가 그러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통용되는 무난한 삶의 방식일테니.

그런데 현실은 그 무난한 삶의 방식조차 따라가기 벅찬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느린 걸음으로 삶을 살아도 괜찮아요란 위로는 어쩌면 너무 무책임한 위로 인지도 모른다.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느리게 걷는 것과 아무런 방향성 없이 빠르게 걷다가 그만 지쳐 터벅터벅 걸어가는 삶은 의미가 다를테니 말이다.


조금 느리게 걷더라도 괜찮니?

그 걸음 끝에 네가 원하는 것들이 놓여져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할 때인 듯했다.



작가의 이전글 아버지가 건넨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