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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Oct 16. 2021

아버지가 건넨 위로

#1. 스웨덴 세탁소 '두 손 너에게' 

* 아무런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글을 읽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ttps://youtu.be/Kym6hjTjpvc


사라질까요. 지금 그리고 있는 미래도

아주 오래전 매일을 꾸었던 꿈처럼 

잊혀질까요 작은 두 손가락에 걸어두었던 간절했던 약속처럼 

사랑했었던 것들이 자꾸 사라진 일들을 

그 언젠가엔 무뎌지기도 하나요 

난 아직 그대로인데 내게 닿는 시선들은 변한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하죠 


걱정 말아라. 너의 세상은 아주 강하게 널 감싸 안고 있단다 

나는 안단다 

그대로인 것 같아도 아주 조금씩 넌 나아기고 있단다 

캄캄한 우주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찾아서 

눈을 깜빡이는 넌 아주 아름답단다 

수많은 망설임 끝에 내딛은 걸음에 잡아준 두 손을 기억할게요. 




언제, 어떻게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분명하게 기억나는 건, 이 노래를 다 듣고 울고 있는 제 모습이 기억난다는 것뿐. 

이 곡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도. 


아주아주 힘든 그런 날이 있잖아요. 날 너무 잘 아는 사람에게도 오늘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어느 날. 

아마도 이 노래를 듣고 그렇게 울었던 날이 제게는 그런 날이었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들을 견디고 버티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내가 성장하고 있는 건지.. 나 자신도 나를 잘 모를 때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었어요. 


최백호란 가수의 목소리는 

평소엔 무덤덤한 아버지가 자식에게 넌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힘들면 기대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더 울컥했던 것 같아요. 

왜 우리에겐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수능을 보고 난 직후 내가 원한 결과를 얻지 못해 삶의 모든 의욕이 무너져 버렸을 때, 

첫 연애의 쓰라림에 난 이제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자꾸만 떨어지는 면접에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져 친구조차 만나고 싶지 않을 때, 

회사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쓸모없는 사람이라 느껴질 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결혼생활과 육아로 하루하루 지쳐갈 때,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어디론가 숨고 싶지만 또 역설적이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그런 순간들.. 

어른의 위로가 필요한 그런 순간들. 


어른이라 생각한 분의 위로를 받고 나면, 또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씩씩하게 우리의 하루를 살기도 하잖아요. 

지나고 보면 그렇게 크지 않을 일들이 현재의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일인 것 같은 그런 일들을 겪고 있는 내게, 조언이나 충고가 아닌 따스한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어른의 모습. 

전 이 음악에서 그런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현실에선 아쉽게도 내게 그런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어른이 없기에, 

음악에서 그런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위로를 받는 게 익숙한 나이에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나이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때, 

난 과연 최백호란 가수의 목소리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건지. 

자꾸만 돌아보게 돼요. 

나이가 든다고 우린 누구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만일 당신 주변에 그런 어른이 있다면, 

당신은 참 복 받은 거예요. 

누군가에겐 그런 어른이 간절히 필요하기도 하니깐요. 

살면서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그 어른에게 잠시 기대어보길.. 

너무 익숙하다고 그냥 지나치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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