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소향 Oct 23. 2021

나만 남겨두지 말아요.

#3. 디어클라우드 '사라지지 말아요'

* 아무런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글을 읽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ttps://youtu.be/peb2sSDtLYY


무엇이 그댈 아프게 하고

무엇이 그댈 괴롭게 해서

아름다운 마음이 캄캄한 어둠이 되어

앞을 가리게 해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다 알지 못해도 그대 맘을

내 여린 손이 쓸어 내릴 때

천천히라도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그댈 보며 웃을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줄텐데

도망가지 말아요 제발 시간의 끝을 몰라도 여기서 멈추지는 말아요

이젠 놓아줘 그대의 오래된 무거운 짐을

이제는 쉬게 해도 돼

우릴 본다면 그만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엄마, 아빠 언제 와?"

"아빠? 글쎄.. 오늘 늦는다는 말 없었는데 늦으시네. 전화도 안 받고. 회사일이 바쁜가봐.."

"오늘 아빠가 저녁같이 먹자고 했는데.. 에잇 또 약속 어겼어 아빠는"

"늦으시나 본데 우리끼리 먹자. 그냥"

"아빠는 맨날 약속을 안 지켜. 지난번 생일 때도 같이 외식하자고 했는데 술 먹고 들어오고"

"그러게 말아야..."


더 이상 회사가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했다.

너무 급작스럽고 당황스러운 팀장의 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매번 우스갯소리로 이 놈의 직장 때려치던가 해야지 했던 동료들과의 농담이 내겐 어느새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런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 키워야 하는 딸아이와 우리의 노후준비는 시작도 못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걸까?

코로나로 인해 사업실적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나도 떠날 채비를 했어야 하는 거였을까?

갑자기 출근할 곳이 없어졌단 사실이 내 20년 직장생활을 온통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난 그저 주어진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인데.

와이프 얼굴은 어떻게 보고.

이제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지?


편의점에서 홀로 소주 2병을 비워도, 도저히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무작정 걷는다.

걷다 보니 동작대교다.

넘실대는 한강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는다.

취해서일까? 밤빛에 그을린 한강은 너무나 따뜻해 보인다. 따뜻하지 않다는 걸 머리로 알면서도 매우 따뜻할 거라고 마음이 그렇게 느껴지는 건, 내가 술에 취해서일까.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의미였을까.



AM 2시. [새 메시지 1건]

당신 어디예요. 연락도 안되고.

김차장님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아무 걱정 말고 집으로 빨리 와요.

난 당신과 행복하려고 결혼한게 아니에요. 혹여나 불행해지더라도 당신과 함께 살면 그 불행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당신과 결혼한 거예요.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집에 돌아와서 나랑 이야기해요. 제발 나만 남겨두고 사라지지 말구요.

안자고 기다릴게요.



작가의 이전글 당신만의 속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