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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Jun 01. 2022

당신의 일요일은 어떤가요.

ep 109. Emotional Oranges - Sundays

일요일_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시간.


20대  회사에 들어가길 그렇게 원하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연차가 쌓여갈수록 30대의 우린 나다움을 갈망한다.

말 그대로 직장생활이란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이기에 그 안에서 '정체성'을 찾는다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어도 내 업무는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고, 다만 난 그 업무에 조금 숙련된 존재라는 사실과 반복된 업무로 지쳐버리는 번아웃이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우린 더더욱 나다움과 나만의 정체성찾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곧 나의 정체성인 사람도 있겠지만,  MZ세대의 사람들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고 일과 내 삶을 분리하여 '내'시간을 갖는 것에 매우 민감한 경우가 많다.

MZ세대에 간신히 걸친 나 또한 '내 시간'에 대한 갈망은 꽤 컸다.


어쩌다 보니 토요일 오후까지 일해야 하는 내게 나만의 시간이라면 유일하게도 일요일 하루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쩌면 인생의 만족도가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항상 일요일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내게 화두였다.

막 그렇게 익사이팅한 활동을 즐기지도,

친한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즐기는 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요일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그런 강박 또한 없기에,

적당히 새로운 사람들과 적당히 새로운 활동들이 내겐 가장 적절했고 또 가장 필요했다. 그렇게 난 이런저런 활동들에 기웃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테니스

대학생 때 잠깐 교양과목으로 배웠던 테니스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한 번쯤은 잘(그리고 꾸준히) 배워보고 싶은 운동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집 앞에 테니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새로 생겨 냉큼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살을 조금이라도 뺄 수 있는 운동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테니스를 배운 지 3개월이 지났다. 자주 가지는 못해 아직은 모든 게 엉성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적어도 내 삶의 궤적과 함께 갈 수 있는 운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치관 소개팅

몇 번의 소개팅을 했었다. 주선자는 없고 누군가의 가치관을 먼저 들여다보고 만나는 가치관 소개팅.

서른다섯 개에 달하는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 답을 작성해야만 가입 심사를 받을 수 있고, 그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회원으로 가입되어 상대의 프로필을 받아볼 수 있는 그런 소개팅.

얼굴도 직업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른 체, 그 사람의 평소 취향과 가치관이 담긴 프로필을 갖고 만남을 갖는 소개팅을 몇 번 진행해봤다.

상대의 나이와 직업 그리고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뀐 것뿐이었다. 몇 번의 색다른 소개팅은 일요일을 흥미로운 만남으로 채워주었다.

결국 함께 할 인연을 만나진 못했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었다.


글 쓰는 모임.

몇 번 고백했지만, 글은 혼자 쓰는 일이기도 하지만 혼자만 쓰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글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고, 또 내 글이 누군가에게 즐겁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도 우린 글을 쓰면 누구나 하게 된다. 강원국 교수의 말처럼 글 쓰는 우린 누구나 관종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관심과 응원.

그건 어떤 종류가 되었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에 글 쓰는 모임에 자꾸 기웃기웃거리게 된다.

다양한 주제의 스팟성 글쓰기 모임에 간 적은 있지만 주기적으로 모여 글을 쓰는 모임은 아직 마음에 딱 드는 모임을 찾지는 못했다. 사실 한 곳이 있었지만 장소가 너무 멀고 시간대가 테니스를 배우는 시간대와 맞지 않아 신청하지 못했는데 다시 나와 맞는 글쓰기 모임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https://youtu.be/D5PhrjHJs3M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고, 혼자 쉬는 것도 한주를 채워가는데 필요하지만, 나와 결이 다르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삶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다 준다.

때론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통해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즐겁기 때문이다. 

물론 단발성에 그치면 공허함도 있긴 하지만, 공허함 또한 이런 만남 뒤에 느껴야 할 감정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했다. 그 공허함이 너무 크면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면 되지만 주기적으로 보는 만남보단 가늘게 연결된 만남이 오히려 더 서로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매일 가는 곳과 매번 만나는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평소에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는 것과 조금은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요일.

그 일요일들이 모여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모인 일요일의 활동들이 또 다른 나를 만들고,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다.


당신의 일요일은 어떤가요.

현대인은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좀처럼 상상하고 그려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생이 언제나 현실의 요청, 현실의 커리큘럼, 현실의 규칙을 따라가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생각하며, 추구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이들은 종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책을 내기도 하고 스타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만큼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결핍된 자기 이야기를 남들에게서 찾는다. 그리고 그들을 선망하고,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대리만족해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자기의 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_정지우 p187>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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