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14. 최유리 - 답답한 새벽
우린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루틴이 있다. 사소하게는 아침 출근 준비할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에서부터, 큰 일을 앞두고 하는 저마다의 습관들까지.
우리 삶은 매번 새로울 수 없기에 반복되는 시기와 순간엔 자신만의 삶의 패턴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내게도 매년 여름,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 있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을 고르고 골라 한꺼번에 결제하는 행위.
매년 여름이 다가올 때면 난 항상 다량의 책을 한꺼번에 구매하곤 했다. 작년엔 10권의 책을 구매했고 올해도 11권의 책을 구매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궁금한 건 그럼 작년에 구매한 10권의 책은 다 읽었을까?
물론!!! 다 읽지 못했다.
6권의 책은 읽었는데 나머지 4권의 책은 너무 어렵거나 나와는 맞지 않아서 읽지 못하고 책장 한켠에 고이 놓여 있었다.
다 읽지 못한 책들이 책장에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뭔가에 홀린 듯이 책을 구매했다.
왜 난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자꾸만 사게 되는 걸까?
그건 아마도 여름휴가가 있으니 책을 열심히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과 책은 읽지 않아도 사는 것만으로도 뭔가 지식이 채워지는 듯한 말도 안 되는 그 느낌이 좋아서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건, 그렇게 아깝지가 않았다.
구매한 책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최근의 내 관심사를 나타내고 있었다.
누군가 관심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어떤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책을 구매했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내 마음 심리학 실험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난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나의 심리, 누군가의 심리에 대해 알아가는 게 재밌기도 하고, 살면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책에 언급된 몇 가지 심리테스트를 통해 나를 알아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구매한 책.
2. 내러티브 넘버스
3.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4.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원칙과 시장을 보는 눈이 없이 주식을 하다 보니 최근 장에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식에 대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골라본 도서.
5. 관계의 물리학 (EPUB)
6. 그리움의 문장들 (EPUB)
7. 하루의 취향 (EPUB)
8.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EPUB)
책 구매에서 빠지지 않는 에세이 도서. 지난번 읽었던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https://brunch.co.kr/@smilescent/220)'가 좋아서 동일 저자인 림태주 시인의 책을 2권 더 구입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림움을 주제로 한 문장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담아봤다.
'하루의 취향'의 저자 김민철 카피라이터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웅현 카피라이터의 글을 통해 처음 접했다. 박웅현 작가가 가장 아끼던 후배 중 한 명으로 이전에 읽었던 김민철 작가의 책도 좋아서, '취향'이라는 단어에 끌려서 선뜻 담아버린 책.
'열두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이라는 책은 순전히... 제목에 홀려서 구매한 책.
매일 열두시에 늦은 저녁을 먹는 나와 다르게 모두가 잠든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작가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궁금함 가득한 체 get 하여 구입한 책 중 가장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약간은 후회를 하고 있는 도서.
9. 스낵인문학
10.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 한 줄 인문학
11. 최재천의 공부
공부라는 주제로 담은 3권의 책.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도 담아뒀다.
주어진 하루를 살다 보면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땐, 누군가는 훌쩍 혼자 떠나는 여행을
또 누군가는 친구 혹은 직장동료와 술자리를,
또 어떤 이는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가 숨 고르기를 하기도 한다.
나 역시 답답한 순간이 찾아오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 책을 읽곤 한다. 책을 읽는다고 삶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독서를 하다 보면 뭔가에 집중할 수 있고 읽다 보면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요즘은 답답하기 보단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색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시간들이 내겐 너무 필요했다.
이번 주말엔 조용한 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읽어야 할 책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좋아하는 가수인 스웨덴세탁소의 곡 '답답한 새벽'
원곡도 좋지만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밴드편곡으로 부른 이 노래가 잔잔하게 책을 읽으며 듣기 좋은 노래라 선곡해봤다. 불안한 마음에 편히 잠들지 못하는 새벽녁.
이 노래와 좋아하는 책 한권으로 무더운 여름을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보내길 마음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