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떤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걸까?

#1 내가 사랑한 작가 그리고 문장_1

by 비소향

책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글이 묘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이 인연이 되어 그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그러다 결국 그의 글을 좋아하게 되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그런 작가.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마음속에 그런 짝사랑하는 작가가 한명쯤은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한 후 내게도 그런 작가가 몇 명 생겼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이는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의 최진석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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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란 책에선 욕망의 중요성을, 노자 인문학에선 인문학 공부를 통해 나 자신과 욕망을 들여다보는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 욕망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거예요. 즐거운지, 재미있는지, 슬픈지를 자기가 모르는 거예요. 가장 원초적인 욕구조차도 추측해야 하고 불확실한데,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지금 뭘 원하고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이 또한 죽은 사람이에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인간이 그리는 무늬_P71)

인문이라는 것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다. 그런데 그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걸 제대로 볼 수 있으려면 자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자아의 준비는 뭐냐? 자기를 지배하고 있던 이념이나 신념,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부정하고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부터 자기가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지식을 쌓고 경험을 늘리는 일에 몰두할까요? (인간이 그리는 무늬_P93)

무엇인가를 잘하고 싶다면 우린 욕망을 품어야 하고, 그 욕망을 통해 나를 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우린 나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생계를 위해 취업을 하고, 그러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내 욕망보단 가족과 아이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품은 체 살아간다.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이 시대에 우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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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 안을 들여다봐야 하는 건, 내 욕망 없이는 어떤 것도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란 곳에 소속되면 우린 자신을 드러내기보단 주어진 일에 맞춰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일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도 있고, 나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일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은 그렇지 않다.

거대 사회나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자기만의 고유함을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익명성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익명성 속에 존재하는 한, 구성원으로서의 자기는 존재의 가치를 부여받는 느낌을 갖기가 어려워요. 단지 부속품으로만 존재한다고 느낄 테지요. 그래서 노자는 조직을 작은 단위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나 조직이 거대해지면 그 속에 있는 구성원들은 익명의 존재가 되기 십상이겠지요. 구성원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으려면, 작은 단위 속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작은 단위 속에서는 각자의 활동이 모두 자기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거기서 인간은 보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욕망을 실현하는 매우 자발적인 존재로 재탄생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_P139)

회사가 아니라면 우린 언제 어디서든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운동이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다른 어떤 다양한 활동이 되었든지 간에 나 자신의 욕망을 오롯이 볼 줄 아는 상태로 살아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내게 있어 나를 드러내는 욕망은 글쓰기이다. 글을 쓰면 내가 가진 생각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꾸만 글로 내뱉고 싶어 진다.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것이다. 글을 쓰려면 아는 것이 많고, 경험은 더 풍부해야 하는데 사실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우린 독서를 하고.. 강연을 들으며.. 자꾸만 채우려는 노력을 계속하게 된다.

여러분, 이것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머리를 굴리고 혀를 놀려서 뱉어 내는 말들로는, 근육에 맺히는 땀으로 배운 것을 절대로 당해 낼 수 없어요. 책 속에는 길이 없어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에 속지 마세요. 책 속에는 책을 쓴 그 사람이 생각한 길이 있을 뿐이지, 그것이 나의 길은 아니에요. 다만 앞선 이들이 고뇌한 흔적을 엿보고 힌트를 얻으면 족할 뿐, 책 속에서 여러분 자신의 진리를 구하지는 마세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내 것인 양 받아들이지 마세요. 책에서 읽은 다른 이의 말을 나의 언어로 둔갑시켜 차용하지 마세요. 다른 이의 말을 빌려서 내 욕망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런 좋은 말들은 듣고 난 뒤 씹어서 뱉어 버리세요.
어느 단계에서는 배움의 고삐를 늦춰야 할 때도 있지 않겠어요? 배움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평생을 배우다 세월을 다 보내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만 배우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배우는 목적이 뭡니까? 결국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까?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존재론적으로 당위의 문제에 해당됩니다.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이 표현 능력이 거세되기 쉽습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항상 머릿속에 ‘내가 배우는 목적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라는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_P216)

그렇게 열심히 채우려고 하는 순간, 저자의 책을 접했다. 배움은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지고, 나를 드러내기보단 자꾸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그러면서 독서는 점점 지식을 모으는 수단으로 잠식되어져 왔다.

목적이 없는 독서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를 드러내기 위한 독서가 아닌 그저 지식을 쌓는 수준의 독서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내게 일갈했다.


저자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인문학을 통해 현재의 현상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고자 함이라 하였다. 우리 또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현재의 내 삶에 활용할 수 있을 때만이 가치 있는 독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운동과 낭송을 강조하고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어렵고, 낭송을 통해 좋은 구절을 암기하다 보면 생각의 폭이 확대된다고 말한다.

공감한다.




최진석 교수가 쓴 두 권의 책을 통해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 안의 진정한 욕망은 무엇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린 욕망이 거세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주어진 현실이 너무 퍽퍽하기에... 살아가는 것도 벅차기에 내 안의 욕망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바쁜 일상에 나를 들여다볼 자유 시간이 주어져도 우린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욕망을 마주하는 법을 어디서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린 그래서 내 안의 욕망과 자꾸 마주쳐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살아있음을 느끼는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자꾸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독서가 독서로 끝나거나, 배움이 배움으로만 끝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운 것을 토대로.. 독서를 토대로 우린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하고, 나를 드러내야 한다. 저자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그것을 강조한다.


바람직한 것보다는 바라는 것을 하는 사람으로 채워지고,

해야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으로 채워지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채워질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진다는 저자의 말이 현실에도 실현되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저자의 책을 읽은 나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 열심히 글을 쓰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그 첫번째 페이지는 최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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