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남자의 독법_1. 키워드 독서법
30대의 책 읽기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책 읽기에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드는 일이기에 분명한 목적이 없다면 읽는 것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회사에선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면 되고, 업무 관련 도서들은 속독으로 읽어 내려가면 되는 것이다. 책은 밥을 먹여주지도, 돈을 벌어다 주지도,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책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말하기 좋은 취미생활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책 한 권이 우리 삶을 변화시켜줄 수 있다는 말을 난 믿지 않는다.
독서의 목적은 다음 편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독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자 한다.
독서를 제대로 하기 시작한 20대 후반.. 손에 잡히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읽다 보니 책 내용은 기억에 오래 남지 못하고 왜 읽는지조차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독서라는 것도 스스로 체계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베스트셀러 보단 스테디셀러를 읽는 것이 더 유익하였고, 뚜렷한 주제 없이 마구잡이로 읽는 것보다 주제를 잡고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고, 내가 고른 책보단 나보다 책을 더 많이 독서가가 선택한 도서가 더 유익했다.
그때부터 어느 책에선가 본 키워드 독서를 기준 삼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키워드 독서란 다음의 세 가지를 따라 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1) 내가 더 알고 싶은 주제(keyword)를 선정
베스트셀러라서, 친한 친구가 읽은 책이어서, 왠지 제목에 끌려서... 우린 수많은 이유로 책을 선택한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독서의 끝에 남는 여운이나 책에서 건져 올린 문장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린 진짜 알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주제가 하나여도 좋고, 여러 개여도 좋다. 무엇인가 배우고 싶고, 더 알고 싶은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책을 선택하는 일보다 더 선행되어야 한다.
2) 도서 선정
주제가 선정되면 그 주제에 가장 적합한 책을 미리 정한다. 한 주제당 5~10권 정도를 선택하는게 가장 좋지만 책의 권수는 자유다.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나 같은 경우 내가 직접 찾기도 하지만 독서를 생활화하는 이들의 블로그를 이웃 추가하고 수시로 들어가며 그들이 선택한 책을 따로 적어두는 편이다. 물론 그들이 완벽히 소화한 양서를 내가 읽고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들의 안목을 따라가려 꾸준히 노력한다. (좋은 책은 분명 구전된다.)
책 선정은 책을 읽기 전보다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모든 책이 유익하거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읽는 시기에 따라 그 책이 주는 감동이나 여운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책 선정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3) 일목요연하게 표로 작성
보통은 1년 단위로 읽을 책을 선정하는데 올 한 해 읽어야 할 책을 일목요연하게 표나 PPT로 작성해 다이어리나 수첩에 넣고 다니면 지속적으로 책을 읽게 된다. 목표를 시각화하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하는데, 읽을 책도 시각적으로 표로 만들어두면 아무래도 더 관심을 쏟게 된다.
2013년 처음으로 키워드 독서를 하고 한동안 바빠 이 독서법대로 책을 읽지 못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를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키워드 독서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앞으로 6개월 간 내가 읽고 싶은 책의 주제는 글쓰기/경제. 주식/교육/인문/insight/신간. 읽어야 할 도서/로 정했다. 아직 다 책을 정하진 못했지만 일단 정해진 책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려고 한다.
책의 권수를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목표가 없는 독서, 주체적인 독서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그렇기에 읽을 책을 어느정도 설정하고 간다는 것은 내게 의미가 있다.
독서 이후 달라진 삶을 기대하지만,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독서라는 건 하얀 종이 위에 점을 하나씩 찍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점들이 시간이 흘러 선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선으로 연결되지 못한 체 희미하게 지워질 수도 있다.
지금의 책 읽기가 어떤 방식으로 내 삶에 영향을 줄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지 않고 성장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미약하게라도 읽고 쓰고 남기는 것만이 어제의 나를 기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