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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장을 간직 합니다

#2 그 남자의 독법_3. 밑줄긋고 기록하기

by 비소향

좋은 책을 읽다보면 '그의 생각을 훔치고 싶기도 하고,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저리도 글을 맛깔나게 쓰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럽기도하고 욕심나고 때론 감탄하는 글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였다.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기 시작한 때가.

밑줄을 그으면 마치 그 문장이 잠시나마 내것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밑줄을 긋다가 그 수가 한 페이지를 다 채울 정도로 많아지면 밑줄 긋는 것을 포기하고 그 책을 책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한 켠에 놓아두고 가끔씩 꺼내보았다.

깨끗하게 책을 볼 수 없기에 대부분의 책은 구매하여 읽는 편이다. 때론 책을 잘못 선택하여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못한 체 버려지는 책도 있지만 여태 읽은 책 대부분에는 내 흔적이 남아 있다. 그것이 치열하게 책을 쓴 사람에 대한 독자의 예의이자 내가 생각한 가장 효과적인 독서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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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치열해 책상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기란 쉽지가 않다. 책을 읽고자 마음먹으면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책을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럴땐 펜을 꺼내 밑줄을 그을 수 없으니 공명한 페이지를 살짝 접어두기도 한다. 접어둔 페이지는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읽으며 밑줄을 긋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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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고, 페이지를 접으며 한 권의 책읽기를 끝내고 나면 그 내용을 독서노트에 모두 옮겨 적었다. 자주 볼 수 있는 노트에 적어두지 않으면 밑줄 그은 문장 또한 잊혀지기 때문이다. 밑줄 친 내용이 많아 모두 옮겨적다보면 그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는 단점이 있기에 요즘엔 컴퓨터 타자로 옮겨 적고 프린트로 출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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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용어로 트랜스퍼런스(transference)라는 용어가 있다.

무의식적인 충동이나 관념을 실제 대상과는 전혀 다른 대치물에 방출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강연이든 수업이든 독서든 새로운 것을 접하는 과정에서 필기나 자료 정리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현상으로 이해할 수
즉, 강의를 듣는 중에 필기를 하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행위는 수업효과를 증며하는 지식의 흡수와는 전혀 상관없다. 지식의 재창조라는 궁극의 목적과도 무관하다. 쟁여두는 것으로 만족할 게 아니라 생각이 단서로 활용하고 창조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책을 쌓아두거나 배운 자료를 블로그에 올려 보관하면서 날로 늘어가는 그 양에 흐뭇하게 미소 짓는 건 자기도취일 뿐이다.

<생각하고 쓰다>_P68 중에서


작가의 문장을 훔치고 글을 모을 때 가장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도취이다. 단지 모으는 일에 심취해 자기만족에 머무는 독서와 글쓰기가 아닌 무엇인가, 사소한 것이라도 내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힘을 키우는 것이 독서일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30대부터 꾸준히 무엇을 배우고 사소한 것이라도 만드는 연습을 해온다면 종국에는 무엇인가 달라진 삶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1. 밑줄긋기

2. 책 내용을 어떻게든 나만의 것으로 저장하기


아주 기본적인 독서방법이지만 꾸준히 하면 그 동안 읽었던 책과 좋았던 문장들을 정리하여 새로운 내 생각을 만들어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독서가 유익한 그리고 즐거운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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