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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Sep 18. 2016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의 책

#1 내가 사랑한 작가 그리고 문장_2 

마감 기한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혼자 쓰는 글이지만 어떤 작가를 두 번째로 소개하면 좋을지.. 그 작가를 소개하는 글은 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을 했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소개한 작가의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내려 가본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내가 사랑한 작가는 '청춘 인문학'의 정지우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대중에게 유명한 작가도 아니다. 포털사이트에 작가 이름을 검색해봐도 동명이인의 영화감독만 검색될 뿐이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다양한 책을 섭렵하며 글을 써오다 2012년 청춘 인문학이란 책을 썼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청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중 가장 괜찮은 책이었다.

그후 인문학, 애니메이션, 사회, 여행 등 자신이 이야기하고픈 주제를 정해 그에 관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지금까지 그렇게 읽은 그의 책이 어느덧 4권... 난 그렇게 정지우란 작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다. 



1. 청춘 

언젠가부터 우린 청춘이란 단어를 정의 내리려 한다. 그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어쭙잖은 위로를 건네는 책 제목 때문일까.. 아니면 청춘의 삶이 그 어느때보다 고달파서일까. 

누구나 자신만의 청춘에 대한 정의 혹은 그 찰나의 순간들이 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를 청춘으로 기억할까? 아니면 신체는 가장 젊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무거운 시기를 청춘이라 기억할까? 

내겐 어떤 순간이 청춘이었을까? 지나갔을까....? 아니면 지금도 여전히 청춘인걸까....? 


현실의 극복은 진실한 이미지, 혹은 진실한 언어(개념, 자아, 정체성)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청춘은 분열된 이미지와 모호한 언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결국 그런 상황 속에서 얼마간 헤매다 보면, 현실, 즉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너 나할 것 없이 취업 준비에 몰두하게 된다. 청춘이 우리에게 남기는 건 모호한 기억, 모호한 자아, 모호한 열정뿐이다. (청춘 인문학_P16)


'청춘 인문학' 리뷰 


2. 애니메이션 


80년대에 태어난 내가 보고 자란 만화는 슬램덩크, 축구왕 슛돌이, 쾌걸조로와 같은 것들이었다. 세 살배기 조카가 뽀로로와 타요에 열광하듯 우리는 누구나 만화(애니메이션)를 보고 자라며 그에 열광한다. 지나고 보면 참 유치하게 보이지만 그 당시엔 우리를 빠져들게 했고, 심지어 중학교 때 읽기 시작했는데 성인이 된 아직까지 완결이 나지 않은 열혈강호란 만화는 언제나 다음 권을 기다리게 한다. 

그 속엔 판타지가 있고, 현실과 다른 사랑이야기도 있고 때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있기도 한다. 

인생은 그렇게 만화와 함께 흘러간다. 저자는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이란 책에서 원피스, 진격의 거인과 같은 만화를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인은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좀처럼 상상하고 그려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생이 언제나 현실의 요청, 현실의 커리큘럼, 현실의 규칙을 따라가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생각하며, 추구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이들은 종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책을 내기도 하며, 스타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만큼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결핍된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서 찾는다. 

그리고 그들을 선망하고, 동경하며, 부러워하며 대리 만족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자신의 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_P187)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리뷰


3. 여행

여행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설렌다. 이유는 없다. 그냥 떠나는 것이 좋고 새로운 곳을 아무 부담 없이 방문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어쩌면 우린 여행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닌 단지 일상을 탈피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인지 분간하려 하지 않는다. '떠남'이 좋기에 굳이 '여행'이란 단어를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이 주는 본연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자기 나름대로 여행에 관한 정의를 책에 풀어써내려 간다. 

우리에게 모든 여행이 기억되지 않는다. 돌이켜 보았을 때 기억에 남는 여행의 한 컷을 위해 우린 떠남을 준비하고 또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여행의 현재를 즐기기보단 열심히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낸다.  

미래에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행을 촉발하는 애초의 마음에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논리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조금 더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시간, 보다 주체적이 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여행을 향하게 한다. 내가 비록 타인들과 다르지 않은 현실 속에서, 타인들이 형성한 기준에 맞추기 위한 삶을 살아왔지만, 여행을 떠나는 순간에 만큼은 그로부터 벗어나 조금은 다른 내가 되고, 고유한 내가 되고, 특별하고 자유로운 내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믿음'과는 별개로, 이러한 여행은 우리가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현실에 적응하는 형식을 키워주게 된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_P40,41)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리뷰 


4. 사회

옆집에 누가 이사오는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이외의 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정권이 교체되는지 여부에 우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긴 하지만 철저히 우리 이익과 밀접한 것들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옆을 돌아볼 여유도, 잠시 멈춰 서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관심조차 주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철저히 개인주의화된 시대는 점점 분노사회로 변하고 있다. 자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내 이익이 손해 보는 것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으며, 조금의 기다림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과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정한 사회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삶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변화는 개개인의 의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담론은 허구가 된다. 내가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사회가 바뀔 리는 없다. 그러나 내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시민의식이라는 것, 사회라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사회는 개인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사회를 버린 개인들에게 사회는 결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사회는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 같은 다른 누가 만들어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분노사회_P48)


'분노사회' 리뷰




이렇게 저자의 책 4권을 짤막한 생각과 함께 소개해보았다. 4권의 책 주제가 모두 다르기에 하나로 연결할 수 없었지만 4권의 책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건 타인과 토론하기에 더없이 좋고, 저자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이다.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책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 <삶으로부터의 혁명> 두 권이 남아 있다. 아껴두었다고 하면 거짓말일테고 다른 책들을 읽느라 아직 읽진 못했다. 앞서 소개한 4권의 책보단 내게 임팩트가 덜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소개한 만큼 올해 안에는 두 권의 책도 마저 읽게 될 것 같다. 


내게 언제나 그의 책은 중간 이상은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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