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모님이 먼저 변하실 수 있으신가요? ​

by 비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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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서울의 강남, 서초에서 자고 나랐습니다. 뭐 이 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학습에서 시작됩니다. 부모는 자식이 좀 더 공부했으면 좋겠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싫고 자꾸만 반항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공부하던 시절도 그랬으니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이 갈등은 여전히 변함없는 듯해 보입니다.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듯 부모는 자식이 잘 되길 바랍니다. 입신(立身)하길 바라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소망합니다. 당장은 원하는 꿈이 없어도 현재의 공부에 충실하면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때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 부모는 안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식들은 어떤가요.

아이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재미도 없는 이 공부를 해서 무엇하느냐 제게 반문합니다. 대체 수학은 어디에 써먹을 일이 있길래 배워야 하는 것이며, 남의 나라 언어는 대체 왜 배우냐며.. 제게 따지고 듭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보면 맞는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돈 계산만 할 줄 알면 되고, 남의 나라에 가지 않는 이상 남의 나라 언어는 굳이 배워서 뭐하는지...

공부는 너무나 지루하고 스마트폰 속 세상은 너무나 재밌는 것이 많으니 자연히 그 세계로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2D 게임에 목숨 걸었던 제 모습을 생각해보면 꼭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서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마와 자식은 절대 만날 수 없는 수평선을 달립니다. 이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져 집을 나가는 학생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아이는 절대 집에 들어오질 않았고, 부모도 자식에 대한 욕심을 쉬이 꺾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된 건 부모의 욕심 때문이었을까요. 아이의 무관심과 반항 때문이었을까요.


얘기를 좀 돌려봅니다.

자녀 교육비로 1인당 100만원이 넘게 나가는 일은 이제 흔한 세상입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만 있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부모들은 지금의 비용을 작은 투자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동네에 살고 계신 부모님들은 그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에 비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좋은 학원을 보내주고 고액 과외선생님을 붙여주는 것만이 과연 옳은 일일지 생각해봅니다.

어떤 부모님은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아이가 꼴 보기 싫어 학원에 보내 공부를 시키신다고 합니다. 학원에 가면 하기 싫어도 하나라도 들을 테니까요.

부모님들과 상담을 할 때 솔직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사실 그러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갈등 정도로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의 끝은 결국 아이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부모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이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제가 수업하던 한 가정의 거실은 사진 속 거실의 모습처럼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면에 큰 책상이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은 있었으나 커버로 덮여져 있었고 아버님께서는 항상 거실 책상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책상은 아버님만의 책상이 아닌 온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방에서 공부하다 졸릴 때, 누나에게 무엇인가 물어보고자 할 때 그 책상에서 함께 공부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거실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는 학습에 대한 부담보단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더 자연스레 접했고 아버지는 공부하고 어머니는 책을 읽는 모습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100세 시대, 부모님도 학습하고 공부하여 새로운 무기를 갖추지 않으면 노후에 힘들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자식을 교육시켜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식에게 먼저 학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님이 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 저 역시 저런 거실을 만들고자 합니다.

끊임없이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는 부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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