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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Nov 03. 2016

글을 쓰기에 앞서

#3 테마별 독서_1. 글쓰기를 위한 책 5권 

[테마별 독서는 그동안 읽은 책을 주제별로 엮어 제 스타일대로 소개해드리는 공간입니다. 테마별로 3~5권의 책을 묶어 소개하니 글이 다소 길어질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내게 있어 글은 현재를 담아내는 사진과 같은 것이었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현재의 풍경을 담아내듯, 현재의 내 생각, 감정을 글이라는 매개체로 잘 풀어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글을 잘 쓸 수 있는 성능 좋은 카메라가 필요했고,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내가 배워야만 하는 것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생각을 오롯이 글 속에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쓰고 지우는 것을 반복하며 글을 쓰고 있다. 아직도 스스로 작성한 글을 볼 때면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아주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두 번의 오탈자 체크만 한 체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글쓰기에서 퇴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밥벌이를 위한 글' 이 아니라는 핑계로 다듬어지지 못한 글이 올라가는 것을 독자분들이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해야만 한다. 

많이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라는 뜻이고, 

많이 써본다는 건 감성적인 글, 논리적인 글, 정보를 제공하는 글, 요약하는 글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을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글을 쓰는 이에게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란 읽는 것을 넘어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그 경험에 대한 생각을 메모로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쉽지 않았다. 두꺼운 책, 쉽지 않은 고전, 조금 어려운 책, 과학서적 등 기피하는 부류의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비슷한 내용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분야의 책이 있다. 글쓰기 관련 책이 내겐 그랬다. 

책을 읽기 시작할 당시에는 글쓰기 관련한 책을 참 많이 읽었다. 그런 류의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작가처럼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망상에 젖어 글쓰기 책을 열심히 사고 읽었던 때가 있었다. 문제는 글쓰기 관련한 책 수십 권을 읽는 다고 내 글이 느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책에서 언급된 글쓰기 Tip을 바탕으로 얼마나 열심히 '내' 글을 쓰느냐의 문제였다. 


이를 깨닫고 난 후부터 글쓰기 관련한 책은 거의 사지 않는다. 이미 집에도 글쓰기 책이 넘쳐나고 아직 써야 할 글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동안 읽었던 글쓰기 관련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10권의 책 중 5권의 책을 소개하려 한다.(글이 너무 길어져 나머지 5권은 다음번에 소개)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찾고 있다면 다음의 책이 요긴한 도움이 될 것이다. 




10권의 책을 선별하며 이전에 읽었던 글쓰기 책들을 모두 빠르게 다시 읽었다. 이 책들이 왜 좋았는지 다시 기억해내야 했고, 예전에 해두었던 발췌독이 부실하여 책 속 좋았던 문장을 다시 타이핑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부터 한 권씩 소개해본다. 


1.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가장 먼저 소개할 책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라는 글쓰기 고전 책이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하기보단 '꾸준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냥 글이 쓰고 싶어 지는 순간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얀 노트북 화면 위에 표현하고 싶은 그런 충동을 느끼는 때. 그런데 생각보다 글이 안 써진다. 써본 적도 없고, 쓰면 쓸수록 글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책은 꾸준히 쓰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우릴 격려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위안과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우리가 실존하고 있다는 생각,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쓰는 글은 순간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내가 만들어 낸 시는 그 시를 쓰고 있을 때의 내 생각, 내 손, 나를 둘러싼 공간과 내가 느낀 감정들일 뿐이다. 스스로 속지 않도록 경계하라. 시시각각 우리는 변한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변한다는 사실, 이것처럼 좋은 기회도 없다.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만고불변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시 한 줄 속에 처박혀있어도 영원히 만족할 수 있는 영구불변의 진실이란 없다.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과 자신을 지나치게 일치시켜서는 안 된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中..


2. 글쓰기 최소원칙 

도정일, 김훈, 이문재, 최재천, 김영하 등 국내에 내로라하는 글쟁이들의 대담과 강연을 엮은 책이다. 시인, 소설가, 교수, 평론가, 사회활동가 등 직업도 다양한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글을 잘 쓴다는 것에 대한 정의와 팁이 가득한 책이다. 한 권의 책으로 이들의 생각을 모두 엿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행복이었다. 

말을 할 때 혹은 글을 쓸 때 내가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견을 진술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의견은 사실에 바탕한 의견인 것인지, 아니면 사실에 바탕하지 않은 채 나의 욕망을 지껄이고 있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글은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많은 정보와 사실을 논리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배열한 것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보와 사실이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되고, 그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되는 것이죠. 나는 그런 글이 뛰어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김훈 

다름이 있어야 이음이 있다. 
저는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씁니다. 
-교수 최재천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쓰려고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단 한 줄이라도 자신의 문장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할 일입니다. 
독창적인 문장을 쓴다는 것은 자기만의 생각과 관점이 있다는 뜻이고, 한 편의 글을 독특한 논리로 이끌어갈 힘이 있다는 뜻입니다. 
-평론가 김수이 

'나'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 삶을 성찰하는 진지한 계기를 제공합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 같은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은 글쓰기 말고 거의 없습니다. 
반복은 강조할 때 말고는 피해야 합니다. 반복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표현의 반복과 내용의 반복이 그것입니다. 같은 단어,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의어를 쓰십시오. 
한 문장, 하나의 정보 원칙에 따라 글을 써보십시오. 
접속사는 글 쓰는 이의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결형, 나열형 접속사를 피하십시오. 
같은 기능을 가진 단어, 구, 절 등이 나란히 놓일 때 자주 오류가 나타납니다. 사과와 큰 배,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공부를 잘한다와 같은 문장이 의외로 많습니다. 
-시인 이문재 


3. 대통령의 글쓰기 

글쓰기 관련한 책 중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미 너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책이니 만큼 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책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문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데 있어 얼마나 고심하였는지.. 저자는 중간중간 대통령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글을 쓰는데 중요한 원칙들을 알려준다. 

[횡설수설하지 않으려면]

왜 글이 횡설수설하게 되는가? 첫째는 쓸데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글을 멋있게, 예쁘게, 감동적으로 쓰려고 하면 나타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길어진다.
둘째, 느끼해진다. 
셋째, 공허해진다. 현학적인 말로 뜬구름을 잡고 선문답이 등장한다. 꽃이 번성하면 열매가 부실한 법, 결과적으로 자기는 만족하는데 실속 없는 글이 된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보다 흉금을 터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횡설수설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 어떤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은가. 둘째가 뼈대다. 글을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진정성으로 승부하라]

‘살아온 날을 보면 살아갈 날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다. 말로만 해서는 진정성을 얻을 수 없다. 진정성을 말할 때 놓쳐서는 안 될 게 하나 있다.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돈 남 말하듯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자기희생을 전제해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中..

 

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그는 참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출판사 편집사원, 신문사 해외통신원, 공공기관 직원, 컬럼리스트, 정치인, 보건복지부 장관, 컬럼리스트, 작가 그리고 썰전의 패널로 활약하고 있는 유시민은 다양한 경험만큼 글도 참 풍부하게 쓴다. 다양한 글을 쓸 때, 주의할 점을 작가는 자신의 글 쓴 경험을 토대로 조근조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다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中... 


5.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노무현 대통령의 또 한 명의 비서관 윤태영이 전하는 글쓰기 팁이 적혀 있는 책이다. 유시민과 강원국의 책이 스토리 형식으로 책 내용을 풀어나간다면 윤태영의 책은 말 그대로 글쓰기 팁만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강원국과 유시민이 푸근하고 삼촌 같은 느낌이라면, 윤태영은 생김새에서부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정말 잘 쓸 것처럼 보인다. 우린 때론 감성과 이성, 논리와 호소 사이를 오가며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책은 도움이 될 듯하다. 

[대구(對句)를 활용하자.]   

- 남녀가 이별했다. 남자는 과거를 후회했고, 여자는 미래를 걱정했다.
- 글쓰기는 괴로움이지만 글 읽기는 즐거움이다.
- 극명한 대비를 통해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대구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길고 긴 글보단 내용을 압축한 글이야말로 독자에게 더 깊이 박히는 법일 테니 말이다. 

대구법을 활용한 몇 가지 문장을 생각해보면,
- 아이는 자라고 우리(어른)는 늙는다. 
-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 남자는 여자의 지금 모습 그대로를 사랑했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의 모습을 사랑했다. 
- 다름이 있었기에 이음이 있을 수 있었다. 

[글은 머리가 아닌 메모로 쓴다. / 마감은 데드라인, 어기면 죽음이다.] 
- 보고 듣는 모든 것, 읽고 생각한 모든 것을 기록해 놓을 필요가 있다. 
- 몇 달 후에 보면 낯선 메모들도 많이 접한다.
- 머리가 기억 못 하는 메모들이다. 그 메모들을 모아 엮으면 하나의 글이 되기도 한다. 
- 글은 머리가 아니라 메모로 쓰는 것이다.  
- 혼자서 생각의 정리를 위해 쓰는 글이라도 스스로 마감을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꼬삐를 조여야 한다. 
- 높은 완성도도 중요한 명제이지만 낮은 단계의 완성은 더욱 중요하다. 
- 일단 완성했다는 자신감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中...

책을 소개하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저자 세명의 책이 포함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좋아한 건 아니지만 노대통령의 말과 글에 대한 열정을 그를 보좌했던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박대통령의 말과 글과는 대조적이게 말이다.




좋은 글을 쓴다고 그 사람의 삶이 글만큼 청렴하지 않다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는다.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 은교의 박범신, 시인 박진성, 배용제, 이준규 등 그 사람의 글과는 전혀 다르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작가들을 보며 글은 그 사람의 삶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글은 어떤 이가 찰나의 생각을 종이 위에 옮겨놓은 하나의 작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글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나 있는 듯하다.


현실의 것 이상으로 포장하거나 덜 담아내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그대로 글에 담고 싶다. 그래서 글쓰기를 배우며 글을 쓰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어떤 이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 속에 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살아가는 것이 바빠 뒤를 돌아볼 여유도, 현재의 순간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 

난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내 인생과 생각을 글이라는 수단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일을 하며 배운 경험, 연애를 하며 드는 감정, 책을 통해 얻는 교훈 등 일상의 소소한 글과 생각을 담아내기에 글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공들여 글 한편을 쓰며 아주 조금씩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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