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남자의 독법_7. 독서모임
책 읽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독서를 해도 독서를 하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해.'라고 말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수많은 자기개발서가 쏟아져 나오고, 유익한 글들을 지속적으로 읽어대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독서 행위 자체만으론 삶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독서를 통해 삶이 바뀐다고 말할 수 없다.(독서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독서 이외에 치열한 다른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글로 배운 삶의 지혜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서를 하다가 정체기에 빠지는 순간이 바로 이때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쓰는데 삶이 변화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시간과 공을 들이는 독서에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독서를 할 때만 해도 부푼 계획을 갖고 삶에 적용하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원상태로 삶이 돌아가다 보니 읽는 것조차 탄력을 잃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참여했던 것이 독서모임이었다. 혼자만 읽고 끝내다 보니 갑갑했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갈 것 같은 주제에 대해 타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누군가와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독서모임을 알아보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독서모임은 꽤나 장점이 많았다.
1. 정기적으로 지정된 책을 읽을 수 있다. (읽지 않고는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없으니)
2. 평소에 손에 잡히지 않던 고전을 읽을 수 있다. (독서 편식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3.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좋은 구절을 타인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4.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
5. 타인이 고른 책에서 내가 읽고 싶은 주제 또는 도서를 발견할 수 있다.
6.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7. 하나의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다 보면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8. 알지 못했던 책 정보를 접할 수 있다.
9. 서평 쓰기도 함께 진행하는 모임은 글쓰기 능력도 키울 수 있다.
10. 주말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장점이 많은 독서모임이지만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가 없다면 양질의 토론 및 모임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나중엔 독서모임이 친목모임으로 퇴색돼버린다. 책을 읽지 않은 참가자가 대부분 이거나, 토론의 주제가 책 내용이 아닌 일상의 고민으로 빠지는 경우, 매주 불참자가 많은 경우엔 본래의 의미를 살리기 어렵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이 취업스터디나 토익스터디처럼 명확한 목표가 있을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목표를 갖고 모임이 진행되는 것이 좋다. 직장인이든, 대학생이든 다들 바쁜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서 나오는 것이기에... 모임에 계획 및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6개월 동안 읽을 책을 정한다든지, 서평 쓰기를 한다든지, 책을 통한 PT발표를 한다든지
이런 명확한 틀이 있어야 발전적인 독서모임이 유지된다.
예전에 참여했던 독서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잘 기획된 모임이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지속적으로 참여를 하지 못한 것이 뭇 내 아쉽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다시 독서모임에 참여하거나 기획한다면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1. 독서모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2. 독서모임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3. 독서모임에 적절한 커리큘럼이 있는지.
4. 독서와 글쓰기가 같이 연계되어 있는지. (책을 읽는 것만큼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도 중요하기에)
5. 모임 선정도서가 충분히 흥미로운지.
이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 있는 독서모임이라면 꼭 다시 참여하거나, 기획해보고 싶다.
오래된 편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나와는 다르게 살아온 낯선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