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남자의 독법_6. 독서할 시간과 공간 마련하기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을 향하며 친구를 만나는 것보단, 회사 사람들과 술 한잔 하는 것보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연구직이 아닌 이상 직장인 대부분은 사람에 치이고, 사람을 상대하며 하루를 보내기에 사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때론 힘이 들고 불편하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친구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조용히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게 난 더 편하다.
혼자 영화나 미드를 보기도 하지만 가장 마음이 편한 순간은, 책을 읽고 글을 끄적거릴 때이다. 술자리에 자주 참여하지 않는 나를 두고 몇몇 친구들은 책 좋아하는 변태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이런 생활이 좋다.
독서와 글쓰기는 취미이자 오락이어야 한다.
성인 한 명의 1년 독서량이 12권 이내라는 뉴스를 접할 때가 간혹 있다. 출판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책 이외에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났고, 영상보다 텍스트가 주는 가치가 더 큰지에 대해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 영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고 자라며 더 영상매체에 현혹된다.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영상은 재밌고 자극적이고 영상을 잘 다루면 돈까지 벌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하게 되니 책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간다.
성인에게도 책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읽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밥 먹고 일하고 쉬기 바쁘다. 삶의 여유가 잠시 생기면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활동들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점점 독서와 멀어진다.
그럼 난 대체 귀중한 하루를 쪼개서 왜 책을 읽고 있을까?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20대 후반부터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 읽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다. 특히 추리소설은 그 몰입도가 상당하다. 그렇게 몰입도가 상당한 추리소설, 글 잘 쓰는 작가의 책, 관심분야의 책들을 조금씩 읽다 보니 독서는 내게 하나의 취미활동이 되어 버렸다.
책 이외에 할 것, 볼 것이 너무 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서는 재미있어야만 한다. '책'을 활용한 다양한 놀이와 효율적인 가치가 사람들에게 느껴졌을 때 책 읽는 인구가 더 많아지고, 출판계도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 오로지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한 지루한 독서는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출판계는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책 읽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책 읽기는 즐거워졌지만 글쓰기는 또 다른 문제였다. 책을 읽다 보면 좋았던 문장을 간직하게 되고, 간직하는 문장이 하나 둘 늘어갈수록 '내 글'에 대한 욕심이 커져갔다. 누군가에게 읽히느냐 안 읽히느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린 누구나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다. 책을 읽으면 그 책에 대한 내 생각이 스토리가 될 수 있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 여행, 일상, 그림 등 다양한 소재가 자신의 스토리에 활용된다.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한 번쯤 받게 된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의 글에 대한 열망을 담은 체 이 곳을 드나드는 것일 것이다.
읽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글쓰기는 쉽지 않다. 생각이 오롯이 글로 드러나기도 어렵고, 첫 문장을 쓰는 일 조차 힘든 날도 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이상한 방향으로 글의 주제가 흐르는 글도 있고, 그냥 끄적거린 글이 포털사이트에 소개가 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그만큼 어려운 게 글쓰기다.
어릴 적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여서 그런지, '글도 꾸준히 쓰다 보면 늘 것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쓰고자 노력 하지만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가 쉽지 않기에, 시간이 나면 글을 쓰기 위해 자주 찾는 카페로 향한다.
방을 서재처럼 꾸며놓긴 했지만 집은 발 디디는 순간 몸이 퍼져버리는 공간이기에 도저히 생산적인 일을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혼자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집의 한 공간은 북카페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지금의 내 방도 서재처럼 꾸며놓긴 했지만 침대와 갖은 잡동사니가 함께 존재하다 보니 서재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금 내게 서재의 역할을 해주는 공간은 바로 카페다. 일의 특성상 외근이 많기에 가는 장소별로 아지트처럼 자주 방문하는 카페가 몇 군데 있다. 내가 자주 찾는 카페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와이파이가 아주 잘 터지는 공간
2. 테이블이 최소 10개 이상 있는 카페
3. 너무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카페
4. 창가 자리가 있는 카페
5. 커피맛이 그런대로 준수한 카페
일주일에 서너 번 혼자 카페로 향하는 게 내겐 익숙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윽한 커피 한잔을 제공해주는 일상의 작은 사치를 포기하기 어렵다.
일상에 치여 독서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책 읽기 편한 집 근처 카페를 나만의 아지트처럼 가끔 드나드는 것은 어떨까. (특히 주말에 유용하다) 주말이 힘들면 평일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 전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와 함께 1시간 동안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도 책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홀로 카페에 간다면 읽을 페이지를 정하여 정한 만큼 다 읽고 나오는 것도 좋고, 글을 쓰고자 카페를 찾는 나 같은 경우는 쓸 내용과 시간을 정해두고 카페에 간다. 그래야 완성도가 어찌 되었건 정한 시간 내에 글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도 좋고 손님이 빨리 나가니 카페 사장님도 좋다.) 북티크와 같이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밤새 책을 읽을 수 있는 특색 있는 북카페도 있지만 집에서 가깝지 않으면 쉽게 가기가 꺼려진다.
그러니 집 앞 분위기 좋은 가까운 카페부터 이용하며 책 읽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읽고 쓰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행위이다. 물론 그 가치가 빛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미있고 자발적이어야 한다.
재미도 있고 가치 있는 행위란 것을 알았음에도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따라 주지 않는 경우에는,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정해두고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헬스장에 가기만 하면 다이어트가 반은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독서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가 독서하는 습관을 잡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써 독서가 가장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