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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Jul 31. 2017

말을 하기에 앞서.

#3 테마별 독서_3. 말과 관련된 책 5권 

[테마별 독서는 그동안 읽은 책을 주제별로 엮어 제 스타일대로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테마별로 3~5권의 책을 묶어 소개하니 글이 다소 길어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은 그 사람의 한 마디에 우린 감동받기도 하고, 배려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또 그 반대로 누군가 생각 없이 내뱉은 문장에 상처받기도 하고, 그 사람의 좋았던 모습이 사라지기도 한다. 

말은 그렇게 어떤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다. 


말의 모습은 다양하다. 

때론 이성적이면서 논리적이기도 하고,

폭력적이었다가 순하기도 했다가,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이기도 했다가, 

누군가를 배려하기도 했다가 상처 주기도 하고, 

무식하게 보이다가 지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한없이 추하기도 했다가 품격이 있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말하는 사람의 모습에 따라 말은 그 민낯을 다양하게 드러난다. 말을 매우 조리 있고, 현명하게 그리고 예쁘게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과의 대화가 즐거워진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대화가 끝날 때즘 우린 생각하게 된다.  


나도 이 사람처럼 말을 예쁘게 그리고 현명하게 하고 싶다. 

그런데 우린 말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12년 동안 다닌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저 일상생활 속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친구들을 통해, 평소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내 대화법과 말투가 형성되어간다.   


그렇게만 배우기에 말은 너무 중요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두 대화를 통해 시작되고, 잘못 내뱉은 말 한마디로 좋았던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기에.. 우린 말에 대해 조금은 더 신중하고 의식적으로 잘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말과 관련된 5권의 책을 살펴보았다. 


혹시 말하는 것에 있어 내가 놓치고 있는 요소는 없는지..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난 상대를 배려하고 있는지.. 

상대에게 내 의견이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지.. 타인의 글을 통해 반추해보고 싶었다.       




1. 대통령의 말하기 

노무현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저자가 세명 있다. 유시민, 강원국 그리고 윤태영이다. 앞선 두 저자에 비해 윤태영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대통령의 말과 생각을 정제된 단어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기에 그는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통령의 말과 함께 살아온 10년 동안 500여 권의 휴대용 포켓 수첩, 100권의 업무수첩, 1,400여 개의 한글이 남겨졌고 이를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말하기 관련한 23가지 팁은 흔하지 않았고, 가볍지도 않았고 그래서 더 가치가 있었다. 

감성적 언어는 논리나 이성보다 강하다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습니다."
공식석상에 선 대통령으로서는 자주 쓰는 표현이 아니었다.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는 짧은 표현 하나에 그가 얼마나 '민생'이라는 화두에 깊이 몰두해왔는지 절절한 심경이 담겨 있다. (중략)

하지만 그는 감성적 접근을 가급적 자제하려고 했다. 감성적 장면의 연출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다. '작위적인 장면'을 극도로 싫어하는 품성 탓이었다. 

<대통령의 말하기> 中에서.. 


2. 스피치 에센스 

직장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말은 크고 작은 '발표'다. 분기별 매출실적 보고, 신제품 출시 안내, 경쟁 PT발표, 고객과의 상담 등 종사하고 있는 일의 특성에 따라 발표의 종류는 다양하다. 발표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결국 하나다.  

'듣는 이궁금해하는 내용(해결책)을 논리 정연한 전개 또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전달하는 것'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 스피치 에센스이다. 11개의 챕터, 92가지의 조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대중연설을 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물론 우린 책에서 언급한 92가지의 조언을 읽는 것으로 끝내선 말을 배울 수 없다. 읽은 내용이 내 것으로 숙달될 수 있도록 노트 한 켠에 적어두고 계속 반복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고 해야 할 일이다. 

너무 긴장한 탓에 발표를 버벅거리며 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스피치를 한다면 아무리 발표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발표하는 내용과 발표자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객관적인 fact보다 보여지는 것, 그리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먼저 보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책에 적힌 내용들을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3.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명확하고 논리적이고 때론 부드럽게 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말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어쩌면 일반인보다 더 엄격하게 자신의 말을 관리하고 있지 않을까.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는 전직 아나운서가 말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꽤나 오래전에 읽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 시선이 멈춘다는 건 그만큼 그때 읽었던 기억이 강렬해서일 것이다. 

아나운서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서울대에서 말을 가르친 강사이기도 한 저자가 말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말의 벽(壁) - 무엇을 말할지에만 골몰하기 전에,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먼저 생각하라. 되잖은 조언과 연민은 반감을 살 뿐이다. 

말의 격() - 내가 이 주제를 말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이 주제를 청중이 잘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라. 그러면 스피치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말의 문() - 말이란 영혼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로부터 이해받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애쓰고 있는가?


그녀는 말의 3단계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언급했다.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내가 하는 말에 대한 전문성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들어가 있는지.. 꼭 필요한 말을 하고 있는지..

상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지를 반추하게 된다. 

공감이란 연민은 못하지만, 불쌍히 여겨지지 않더라도, 그가 되어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나와는 먼 삶을 살아 아득하게 느껴지는 낯선 타인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게 된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에게 건네는 그 말 한마디로, 그가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세상을 함께 살아갈 뿐인 낯선 타인에게 건네받은 관심의 한마디로 그 또한 타인에 대해 그렇게 대할 힘을 얻을 수 있으며, 그것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지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中에서...


4. 지지 않는다는 말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상황에 맞는 말을 시기적절하게 할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말을 잘한다는 건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과 같은 뜻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생활에서 우린 항상 비슷한 말을 듣고 내뱉으며 살아간다. 회사에선 업무 관련 내용만, 친구들과는 스포츠, 회사생활, 결혼 그리고 일상의 잡담만 비슷하게 늘어놓을 뿐이다. 이처럼 일상적인 대화만 지속해선 경청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그래서 잘 듣는 연습을 하려면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 비슷한 나이 때가 아닌 나이가 훨씬 많거나 적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문제는 실제 삶에서 우리에게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누군가의 삶과 생각이 오롯이 담긴 에세이를 가끔 읽는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글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의 말하는 방식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신에게 닥친 일련의 사건들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글을 통해 저자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좋아하는 작가 김연수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자신의 취미인 달리기를 통해 일상을 바라보고, 일상을 통해 삶을 투영시키는 그의 글은 나 같은 이가 매료되기에 참 좋은 글이다. 

내 주변엔 작가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의 글과 말은 또 다른 세상을 보게 해주는 소통창구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왜 20대에는 제대로 산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고, 모든 게 갑자기 부질없어 보이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20대에는 결과는 없고 원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가하고, 그때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만 어떤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회사원은 사장을 원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결혼을 원한다. 정말 멋진 사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사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결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그건 내 쪽에 달린 문제니까.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지지 않는다는 말> 中에서...


5. 언어의 온도 / 말의 품격  

한 사람의 말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만나는 이에 따라 달라야 한다. 직장에서 내가 하는 말과 모습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 한다면, 가족과 연인을 대할 때 우리의 말은 보드러워야 하고 감성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언어엔 언제나 상황에 맞는 온도가 존재한다.  

회사에서 쓰는 언어의 온도가 차가운 것이라면, 연인을 만날 때 쓰는 언어의 온도는 따뜻하고 때론 뜨거워야 한다. 이기주 작가의 책 <언어의 온도>는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써내려 간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일상의 찰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따뜻한 언어에 노출된다는 건 우리도 그만큼 더 따뜻한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상처가 보이면 남보다 재빨리 알아챈다. 상처가 남긴 흉터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언어의 온도> 中에서...

그의 책 <언어의 온도>가 좋아 또 다른 그의 책 <말의 품격>까지 읽었다. 이 책에서 그는 말의 품격을 드러낼 수 있는 단어를 선별하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압축시켜 놓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말을 할 때 한 번쯤 꼭 생각해봐야 할 단어들이 내 말씀씀이를 되돌아보게 한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게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또렷하게 새겨지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말과 행동의 관계는 오묘하다. 둘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말은 행동과 부합될 때 비로소 온기를 얻는다. 

말에 비법은 없다. 평범한 방법만 존재할 뿐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기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이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말의 품격> 中에서...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 란 물음에서 시작된 독서여행 끝에 도달한 결론은 (누군가에게 어쩌면 말이겠지만) 말만 잘하는 사람은 결코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말을 잘하고 싶은 이유는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함이고, 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고자 함인지 모른다. 

회사에선 말귀 좀 알아듣는 사원이 되고 싶고, PT발표를 더 잘하고 싶고, 매력적인 이성 앞에선 유창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고 싶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교성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말을 잘하고 싶은 이유는 오로지 나를 위함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결국 타인이 원하는 것을 도왔을 때, 내가 원하는 것 또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려면 상대의 말을 더 깊이 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유창한 말보단 행동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 말은 잘하는데 행동을 통해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말은 곧 신뢰를 잃는다. 

이와 반대로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다하고 말보단 행동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의 말은 더 빛이 난다. 

우린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내 자랑거리, 힘든 얘기, 직장동료나 상사에 대한 비난 등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길 바라며, 위로해주길 원한다. 당면한 문제에 관한 해결책은 본인 스스로 이미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가 내 이야길 듣고 내 결정과 행동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말을 잘하기에 앞서 누군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있는지... 내 문제를 바라보기 전에 상대의 문제를 먼저 바라봐주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야 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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