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여자가 낳습니다. 물론 알고 계셨겠지만 한번 더 말씀드려 봤습니다. 그러면 남자는요? 당연히 아이를 못 낳습니다. 남편은 10개월간 아내의 배가 부르는 걸 옆에서 응원하며 지켜봅니다.
회사 선배가 육아휴직을 썼습니다. 조직 내에서 손에 꼽히는 남자 육아휴직자입니다. 공기업은 폐쇄적이라 육아휴직을 가는 남자들을 아직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 일 년여간 육아휴직을 가는 선배 송별 자리에서 팀장님은 라떼를 펼칩니다. 나 때는 첫째가 태어난다고 해도 회사 출근해서 회식까지 하고 퇴근해서 첫 아이를 만났다.라는 말로 시작한 훈화 말씀의 결론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자네 같은 인재가 왜 육아휴직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 라는 내용이겠네요.
아마 선배도 알고 있을 겁니다. 회사에서 본인 손때가 안 묻은 굵직한 프로젝트가 없다는 걸요. 그렇기에 지금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커리어와 승진에 대한 계획은 암묵적으로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요. 하지만, 회사 일을 할 사람을 찾기보다는 이제는 아내와 같이 아버지라는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닐까요. 왜냐하면 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니까요.
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니까요.
선배가 회사를 쉬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선배가 육아휴직을 떠나 줘서 고맙다고요. 앞으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비슷한 상황의 동료들은 덕분에 조금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남자도 육아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아니지, 남자도 육아해야 한다고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먼 길인 것 같습니다. 여성 육아휴직도 눈치를 보며 혀를 차는 문화인 공기업입니다. 그렇기에 남편이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가진다는 게 휴직자 입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어르신들이 생각이나 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부부간에 있던 수많은 대화와 본인 미래에 대한 심사숙고 후 내린 육아휴직이라는 결정이 다른 어떤 회사일보다 중요할 수 있을까요. 걱정은 좋지만, 사실 대부분 참견 아닌 참견으로 "남자가 아이 키우냐, 여자가 아이 키우지"라는 생각을 돌려 말하며 나무라는 것 밖에 안됩니다.우리의 일상 대소사는 우리가 결정할 테니깐 제발 감정적이게 결정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결정하라고 이야기하시기 전에 본인 대소사는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네요.
그래서, 저도 육아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아이는 없지만 결혼은 했습니다. 휴직 후 걱정은 그때 가서 하는 게 좋겠네요. 참, 남편 마음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해서 육아휴직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