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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주로가 있는 밤 Jan 11. 2023

너는 가끔 일 생각하니, 나는 가끔 딴생각해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출근하면 컴퓨터부터 켜봅시다. 위잉하고 시동이 걸리는 컴퓨터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무슨 일을 끝내야 할까 달력을 봐보도록 하죠. 오늘은 별일 없습니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한두 개, 선배가 요청한 자료 한 개, 부장님이 정리하라고 지시한 자료 한 개, 그럭저럭 순서를 매기며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보면 컴퓨터 화면보호기가 켜집니다.


화면보호기 속에는 바다나, 숲 아니면 명승지들이 번갈아 지나갑니다. 일할 때 50% 직원들은 딴생각한다는 하버드 대학교 연구가 얼핏 떠오릅니다.


화면보호기만 봐도 딴생각을 합니다. 나도 놀러 가고 싶다. 해변가 근처 술집에 앉아 방금 나온 차가운 맥주를 홀짝이며 이런 게 인생이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너무 티 나게 생각하시진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라고 신을 차려서 일하는 직원인 척해봅시다.


정신을 차려서
일하는 직원인 척해봅시다

일에 대해서 잠시 펜대를 굴리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또 새끼를 치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외계인이 침공해도 공항이 유지될까? 금리인상 이렇게 많이 되는데 내 월급은 과연 오를까? 설마 공기업도 어려울까? 그런 헛소리들이 생각나지만 너무 편향적으로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돈 받은 만큼은 일해보자라고 중얼거려 봅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이 금세 바뀝니다. 귀여운 고양이입니다. 연구 중, 5층 이상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6층이상 고양이보다 더 많이 다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진실은 6층 이상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거의 다 죽고 5층 이하는 많이 다치기만 했기 때문이랍니다. 혹시 업무가 과중해서 뇌가 다친 게 아닐까 고민되네요. 내친김에 오늘 집 가서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려던 찰나 부장님이 부르시네요.


다시, 업무로 돌아와 봅시다. 이렇게 부장님이 가끔 불러주셔야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감시를 하던 자젤처럼 딴생각 스위치를 꺼버릴 수 있습니다. 아무렴 조금 더 연차가 쌓이면 티가 더 안 나게 딴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티가 많이 났다면 사자에게 이미 잡아먹혔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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