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컴퓨터부터 켜봅시다. 위잉하고 시동이 걸리는 컴퓨터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무슨 일을 끝내야 할까 달력을 봐보도록 하죠. 오늘은 별일 없습니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한두 개, 선배가 요청한 자료 한 개, 부장님이 정리하라고 지시한 자료 한 개, 그럭저럭 순서를 매기며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보면 컴퓨터 화면보호기가 켜집니다.
화면보호기 속에는 바다나, 숲 아니면 명승지들이 번갈아 지나갑니다. 일할 때 50% 직원들은 딴생각한다는 하버드 대학교 연구가 얼핏 떠오릅니다.
화면보호기만 봐도 딴생각을 합니다. 나도 놀러 가고 싶다. 해변가 근처 술집에 앉아 방금 나온 차가운 맥주를 홀짝이며 이런 게 인생이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너무 티 나게 생각하시진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라고 정신을 차려서 일하는 직원인 척해봅시다.
정신을 차려서 일하는 직원인 척해봅시다
일에 대해서 잠시 펜대를 굴리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또 새끼를 치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외계인이 침공해도 공항이 유지될까? 금리인상 이렇게 많이 되는데 내 월급은 과연 오를까? 설마 공기업도 어려울까? 그런 헛소리들이 생각나지만 너무 편향적으로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돈 받은 만큼은 일해보자라고 중얼거려 봅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이 금세 바뀝니다. 귀여운 고양이입니다. 연구 중, 5층 이상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6층이상 고양이보다 더 많이 다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진실은 6층 이상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거의 다 죽고 5층 이하는 많이 다치기만 했기 때문이랍니다. 혹시 업무가 과중해서 뇌가 다친 게 아닐까 고민되네요. 내친김에 오늘 집 가서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려던 찰나 부장님이 부르시네요.
다시, 업무로 돌아와 봅시다. 이렇게 부장님이 가끔 불러주셔야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감시를 하던 자젤처럼 딴생각 스위치를 꺼버릴 수 있습니다. 아무렴 조금 더 연차가 쌓이면 티가 더 안 나게 딴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티가 많이 났다면 사자에게 이미 잡아먹혔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