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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채집자 Apr 20. 2016

봄날, 꽃비, 봄눈...

2009년 통영 봉숫골 벚꽃거리

                                                       

미륵도 봉평동... 통영중학교 정문 앞, 
바람결에 이리저리 쏠려가던 자욱한 봄날의 꽃잎들.. 



                                                       

 하얀 꽃비... 한걸음, 한걸음... 그렇게 천천히 니딛다가 잠시 멈춤. 



                                                   

정오의 햇살 아래 꽃잎 흩어진 자리. 벚꽃 아래 머물다.
몸 안 가득, 봄이 머물고 지나가는 계절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내는 길 위의 그림자.



                                                     

정문 앞 화단에 걸터앉아 볕바라기 중. 태양빛에 반사되는 눈부심,
그 속에서 어룽어룽 번져 날리는 꽃잎들은 하얀 눈송이 같기도 했다.


                                               

봄날의 크리스마스..측백나무 위에 가볍게 가볍게 피어오르는 눈꽃들. 봄눈.


꽃잎 하나에 묻어나리는 겨울, 꽃잎 하나에 피워 올리는 봄... 눈꽃 수북한 봄 길 위에서 얻은 쉼.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열고 2년 전 그곳을 동행했던 친구에게 손문자를 눌러 보낸다.

'꽃비가 내린다... 봉숫골, 용화사 가는 길...' 벚꽃 스친 바람 결에... 



         



                   

2009년 4월 11일 오전 10시.
거리의 햇살이 맑고 따뜻하다. 간밤 터미널에 도착해 올라탄 버스에서 기사분께 얻어들은 곳을 숙소로 정해 하룻밤을 묵고 나선 길. 지도를 펼쳐 들고 확인해보니 이미 내 있는 몸은 통영대교를 건너온 미륵도에 있었다. 어디로 나서 볼까... 지도에 그려진 길을 따라 눈을 옮겨가 보니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전혁림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 용화사, 미륵산.. 이전 지도에선 볼 수 없었던 케이블카도 그려져 있고... 봄볕 아래 반질반질 윤을 내고 있는 그림지도 위에서 그곳에 묻어있는 내 기억들이 아련히 피어오른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봉평 오거리. 눈을 들어 도로표지판을 찾는다. 용화사 방면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전혁림 미술관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선 길. 눈 앞에 마주하는 기억 속 거리의 낯익은 풍경에 마음은 한결 느슨해지고...  


 '봉숫골로 꽃나들이 오세요' 거리의 초입, 가로수 따라 늘어선 현수막이 봄바람에 살랑 펄럭인다. 한적함과 조용함이 감도는 그 거리의 기운은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군데군데 붉그스름한 꽃진 자리들을 가지 끝에 매달고 울울히 돋아난 푸른 잎사귀들로 덮여가고 있는 벚나무들. 현수막의 축제일은 이미 지난 뒤라는 걸 나무는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곳에 처음 걸음을 했던 때는 2007년의 여름이었다. 통영을 찾았던 4일간의 여행길은 여름 우기와 맞물려 물반구름반, 그래도 미술관을 들러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일정의 마지막 날만큼은 물빛에 맑게 헹궈낸 따사로운 햇살과 그 청명함이 눈부셨다.



미술관 가는 길을 물어 탄 택시에서 기사분에게 맛집 소개도 받으며 그곳으로 향했던 길. 목적지에 이르러 내려선 도로변에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운치 있게 자리하고 있었고 마을 어르신 몇 분이 나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던 그 여유롭고 편안한 풍경과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 친구와 나는 단번에 그 거리의 인상에 푹 젖어들었다.


                                                     

안타깝게도 미술관은 휴관일이어서 현관 유리창 너머만 빼꼼히 들여다보다 안내장 하나 손에 쥐고 돌아서야 했지만, 마을의 맛집으로 이름난 식당에서 정갈한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길을 따라서 내려오던 우리들의 발걸음은, 마주하던 거리의 풍경들 덕분에 낯선 여행지에서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은 일정의 허탈함보다는 그로 인해 기분 좋게 얻게 된 산책의 편안함으로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여름의 신록이 우거진 가로수길, 작고 아기자기한 건물들.. 복작임이 없는 한적한 분위기의 그 여유로움이 참 좋았던 곳. 홀연히 다시 찾게 된 이 계절 2009년의 봄으로 인해 나는 그곳이 '봉숫골'이라는 정겨운 마을 이름을 가진, 그리고 봄이면 하얀 꽃비를 내려주는 아름다운 벚꽃길이 수놓아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날것과 새것의 들썩임보다는 오래된 것의 편안함과 느림의 소중한 시간을 일깨우게 되는 곳... 잠들고 있던 내 어린 시절 추억의 자락들이 가만가만 그리고 물씬 피어오를 것 같은 정겨운 동네. 






                                                 

하오의 꽃그늘... 벚꽃 내리던 거리에서


                                                     

봄이 지나가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
통영 미륵도 봉평동 봉숫골 거리   - 2009. 4. 11.











사진출처 : 페이스북 @정은영님 https://www.facebook.com/bom.nam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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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인 2016년 4월의 봄, 그곳 봉숫골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표기는 봉숫골에서 봉수골로 바뀐모양.

봉수골 동네지도 사진 속의 길들을 눈으로 따라가 본다.. 

내 기억 속 풍경처럼 아련함을 전해주는 2016년 봄에 첫 선을 보인 마을신문, 봉수골 꽃편지.

가던 길을 멈추고 담장 너머 오래도록 지켜보던 그 가정집은 

지금쯤 어느 커피숍, 어느 책방으로 변해있을까... 

'떨어져도 환한 꽃잎', 그 거리 벚꽃의 정취는 그대로인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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