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점자(훈맹정음)를 활용하여 인천의 문화상품을 개발 중이다. 시작은 ‘손 자수’였다. 자수를 놓다가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로 느껴졌고, 수 놓은 점자를 손끝으로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학교 선생님을 찾아갔다. “읽을 수는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힘입어 워크숍을 열었고, 점자를 자수로 표현하는 ‘점자의 심미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시각장애인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또 누군가는 점자로 장난하는 것 같다는 말로 내 마음에 상처를 냈지만 출발도, 과정도, 전혀 닮지 않았다. 그저 내가 속해 있는 관내에 시각장애인의 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내딛은 걸음이었다.
점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점자를 알아가고, 그 점자를 심미적으로 풀어 가치를 돋보이도록 했다. 이것은 한글점자의 심미화에 그치지 않고, 점자에 대한 관심도를 높임으로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및 인식개선을 도울 수 있었다.
문학 속에서 찾은 문장, 혹은 詩를 점자로 쓰고 알록달록 색실로 수 놓으며 점자 규격에 맞는 또 다른 재료는 없는지 탐색하게 되었다. 그 재료를 찾아 또 다른 방법으로 점자를 표현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렇게 새로운 재료와 점자의 표현 방법을 연구하며 한글점자를 활용한 인천의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닿았다.
우선 개발하고 싶은 인천의 문화상품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非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초기 기획단계에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모호한 부분이 있어 규정 짓지 않고 상품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개발된 인천의 관상상품 및 공모전에 수상한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자료조사를 통해 살펴보았는데 색다른 상품군이 없음을 발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전 기업의 문화상품을 개발했을 때에도 상품군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과 다르지 않았으니 발명을 하는 과정이 아닌 다음에야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것들을 다 다룰 수는 없으니, 한정된 예산과 시간을 고려하여 우선적으로 개발할 상품을 결정했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했고, 非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알리는 용도의 상품은 어떤 것이 좋을지 구분했다. 프로세스가 까다로운 상품개발은 한계가 있었기에 올해 개발할 상품에서는 제외시켰다. 그리고 기존의 상품에서 점자가 있으면 유용한 것에 아이디어를 더해 점자 상품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가령 큐브와 약통 같은 것들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문구류나 생활소품 등에도 점자를 넣어 점자를 알리는 역할 및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돕도록 했다.
이렇게 상품군을 결정한 후, 디자인 과정을 거쳐 샘플제작을 의뢰했지만 작업 불가능한 것들도 있었고, 예산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해 보고 싶었기에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직접 제작하기로 했는데, 우선 점자 표현이 가능한 재료를 찾아야 했다.
금속, 비금속 위에 점판과 점필을 이용해 점자를 찍고, 종이 외에 적당한 재료를 찾았다. 재료를 찾았을 때의 기쁨이란.......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고 작업을 더해갔다. 실패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완성된 샘플이 더해졌고, 실제로 사용해보며 불편한 점은 수정 과정을 거쳤다. 소수의 인원이지만 서점에서 진행된 워크숍 참여자들을 통해 반응 조사도 잊지 않았다. 예쁘다고도 했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놀라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계셨으니 오픈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제작한 샘플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브랜드네임을 넣기로 했는데, 이런 저런 이름을 생각하다가 이 연구사업의 이름인 ‘점점더’를 사용하기로 했다.
‘점점더’는 짧은 시간에 반짝 하고 떠오른 이름이었지만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1. 점과 점이 더해져 점자가 되었다는 것.
2. 손자수로 시작된 점자 심미화 과정이 상품 개발 연구로 발전되었다는 것.
3. 이러한 과정이 점점 더 자라 많은 사람들이 점자와 시각장애인에게 관심 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브랜드네임이 결정되자 심볼마크를 제작했고, 샘플로 작업한 상품에 더하니 날개를 단 듯 그럴 듯 해 보였다. 아직 샘플작업 마무리 단계이기도 하고 이후에 진행 될 전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지만 이번 작업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바람과 목표가 더해졌다.
바람은, 브랜드 ‘점점더’ 상품의 샘플작업을 마치고, 이것이 상품화되어 판매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판매수익의 일부를 점자 책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목표는, 교재 개발이다. ‘시각장애인은 한글을 어떻게 배울까?’ 라는 의문이 생겨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은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교재’ 개발과 후천적인 시각장애인 및 非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조금이라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연구하여 교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우선 벌려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 묵자(墨字) : 인쇄된 일반문자. 점자(點字)와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된다.
* 점점더 상품의 저작권은 한미서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