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의 심미화여 시각장애 인식개선 및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의하면서, 한글점자(훈맹정음)를 활용한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 생각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2021년 한글점자를 활용한 문화상품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샘플 작업으로 전시회까지 진행한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그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있는 큐브
점자가 있는 큐브
2020년으로 기억한다. 화요일 저녁이면 뉴스 시청에 이어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데 빠르게 큐브를 맞추는 사람이 소개되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라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점자 큐브가 없어 점자 라벨(접착력이 있는 투명 필름에 점자로 찍어 붙이는 방식)을 직접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점자 큐브가 있으면 좋겠네~! 여섯 면의 색상 구분과 점자가 같이 있으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 사용할 수 있겠다." 우리 가족은 아이디어를 더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점자 큐브를 검색하니 판매하는 상품이 없었다. 해외 자료를 찾아보니 자료가 있기는 했는데 색상의 구분은 없어 시각장애인용과 비시각장애인용이 구분되어있었다. 하얀색에 점자만 양각으로 되어있는 형태였다. 해외의 자료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판매하는 것이 없으니 샘플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여섯 면을 점자로 어떻게 구분할까?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1. 색 이름의 초성
2. 가, 나, 다, 라, 마, 바
3. ㄱ, ㄴ, ㄷ, ㄹ, ㅁ, ㅂ
4. ㅏ, ㅑ, ㅓ, ㅕ, ㅗ, ㅛ
5. 아라비아 숫자
'또 뭐가 있었더라?' 큐브사이즈와 동일하게 그림을 그리고 도안처럼 만들어 여러 가지 방법을 그림으로 그려봤다. 큐브 한 칸에 점자 규격에 맞는 점자를 넣을 수 있어야 하니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한글점자로는 무리가 있어 숫자로 만들어 보았는데 점자는 수표라는 게 있어서 이 또한 큐브 한 칸에 점자를 나타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시각장애인들이 빠르게 촉각으로 이것들을 만져 알 수 있어야 했다. 이때 주사위가 떠올랐다.
여섯 면, 여섯 점.(한글점자는 아니었지만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종이에 도안을 만들고 그림으로 그려보니 괜찮다.
마음에 드는 큐브(큐브를 직접 만들 수는 없어 기성품을 이용하기로 했다)를 구매해서 점자 규격에 맞는 핫픽스를 하나하나 붙였다. 연필로 콕콕 점을 찍어 색상별로 다르게 붙였다. 잘못하다간 손가락이 붙고 마니 조심하면서 붙여나가는데 완성을 코앞에 두고 그만 실패. 점자 위치가 옴폭 파 있으면 붙이기도 수월할 텐데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직경 1.5mm의 핫픽스를 붙이려니 목과 등이 아프고 짜증까지 밀려왔다.
서점 인근 문구백화점에서 구매한 3*3 큐브 위 직경 1.5mm 핫픽스
'몰라 몰라 몰라 오늘은 여기까지.' 떼어내기도 쉽지 않아 결국 큐브를 다시 주문했다.
이번엔 4*4로 흔치 않은 색감에 기분전환이 되었다. 다시 시작!
사이즈에 맞게 종이 틀을 다시 만들고 점 위치에 구멍을 뚫었다. 그렇게 4* 4* 6면에 점을 찍고 다시 핫픽스를 붙였다. 도대체 몇 개를 붙인 건지.
4*4 큐브의 사이즈는 더 작다. 더 많이 붙여야 했다.
장인이 된 느낌으로 한점 한점 붙여 점자 큐브를 완성했다. 맞춰보겠다고 섞었다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니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아이한테 신신당부를 한 뒤 지퍼팩에 넣어두었다. 첫 번째 샘플 완료!
2021년 말, 전시회에 다녀간 시각장애인은 큐브를 만져보시더니 이거 너무 좋다고, 필요하다고 하셨다. 아직은 제작처를 찾지 못해 상품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뜻이 맞는 제작처와 협업을 하고 싶다.
*점점더 상품의 저작권은 한미서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