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물성을 이해하고 상품이 더해졌다
수를 놓다가 사용했던 자수 방법이 점자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점자의 심미화 과정을 진행했다. 점자를 손자수로 표현하는 과정.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손자수를 점자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는데 실의 종류를 바꿔가며 규격에 맞는 자수 방법을 연구했고 점자 규격에 맞도록 손자수를 놓았다. 실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작업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싶어졌다. 다른 재료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워크숍 참여자가 비즈는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수많은 검색 끝에 점자 규격에 맞는 비즈를 찾았고 알록달록 비즈로 수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심축이 맞지 않으니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다. 또 무엇이 있을까 반구의 무엇을 찾다가 핫픽스라는 재료도 더해졌다. 또 무엇이 있을까?
좋아하는 소재인 가죽에 부재료를 활용한 점자 상품을 의뢰했다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풀이 죽어있는데 쓰레기통에 버려진 얇은 가죽이 눈에 띄었다. 그 가죽을 주어와서는 점자를 찍던 중 가죽의 물성을 알게 되었다. 기뻐하며 공방 대표님께 보여드렸더니 덩달아 좋아하시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인천의 인물 송암 박두성 선생님이 만드신 훈맹정음을 활용해 문화상품 개발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인천 관광상품과 공모전 수상 작품 등 인천과 관계된 것들을 조사하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상품군이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없었으니, 그러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들 중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것, 시각장애인이 불편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게 뭐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품을 만들겠다고 한 것인지, 비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품을 만들겠다고 한 것인지 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왜 문화상품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 돌아보았다.
한글 점자를 활용한 문화상품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 그것은 심미화 시킨 점자를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길 바랐던 것이다. 하여 특정 대상을 구태여 정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각장애인은 위함 상품도 만들어 보고 비시각장애인도 갖고 싶어 할 만한 점자 상품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샘플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100만 원밖에 되지 않으니 예산 안에서 가능한 것들은 다 만들기로 했다.
케이블 네임택은 아이디어 회의 초기에 등장했던 것으로 빵 클립을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생각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수많은 케이블들을 구별하기가 더 어려울 테니 좋은 생각이다. 알아보니 투명 라벨에 점자를 찍어 붙인다고 했다. 지퍼에 달린 태그 형태에 점자를 찍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안을 만들어 몇 번의 작업 끝에 완성! 획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필요한 것이라 시각장애인 관람객이 매우 흡족해하셔서 어찌나 뿌듯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