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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너의 시작

by 시연

고등학교 입학 후 1주일 동안, 친구들과 다른 학교 배정을 받아 매일 우는 너를 마주하며 나는 많이 속상했다. 그저 꼬옥 안아주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내일은 오늘보다 낫기를 바라며 잠을 잤고, 오늘은 어제보다 낫기를 바라며 아침을 맞이했다.


주말 지나 2주 차, 오늘은 어땠냐는 나의 물음에 여느 날과 비슷했다고 했지만 너는 울지 않았다. 개의치 않기로 한 건지. 무뎌졌다는 느낌을 너에게서 받았다. 울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차츰 친구를 사귈 수 있겠지, 사귈 수 있을 거야, 라고 주문을 외우듯 그렇게 생각을 되풀이했다.


친구 외에도 내신 평가가 걱정되는 마음을 드러낸 너는 각 학교의 전교 1등이, 전교 1등을 했던 아이들이 여럿 왔다며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 같다고 꽁무니를 빼려 했다. 미리 걱정할 것 없이 너는 너대로 열심히, 좀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라고 권하면서 지레 겁먹지 않기를 바랐다.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1주 차와 비슷한 2주 차를 보낸 주말 저녁, 갑자기 동아리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며 너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학교 동아리 리스트 중 진로로 정해놓은 것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동아리는 딱 하나뿐이라 고르고 말 것도 없었는데, 신청하면 동아리 활동을 하는 줄 알았지, 면접이라니. 그런데 당장 다음 날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해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다. 급하게 검색 해 봤더니 누구는 신청한 동아리에서 탈락됐다고도, 누구는 붙었다고도 했다.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이 이렇게나 어려울 일인가 싶었지만,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너무나 태평하게 너는 너, 나는 나라고 생각했었나. 과연 나는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했기에 고등학교 동아리 면접 예상 질문들을 찾아봤더니 기본적인 것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크게 어렵기야 하겠냐는 생각으로 추린 질문들을 너와 공유했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시작된 월요일.

오늘은 너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너의 표정이 어떨까 상상하며 하교 시간을 기다리는데 반 친구랑 마라탕을 먹고 오겠다는 문자가 1시간 전에 도착해 있었다. 반 친구랑 마라탕을 먹고 온다니. 그때 나의 심장이 얼마나 떨렸는지, 마음은 또 얼마나 기뻤는지 너는 짐작이나 했을까? 너가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 어떤 말과 행동보다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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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다 되어서야 나에게 전화를 건 너는, 친구랑 헤어지고 들어오는 길이라며 동아리 이야기를 꺼냈다.

역시 너는 너의 문자가 내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동아리 면접은 관심 밖의 일이 된 지 오래, 실은 너가 등교한 후 잊고 있었다. 다만 반 친구 누구랑 마라탕을 먹었는지, 어떻게 먹게 되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등 마라탕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15분 후쯤 마주한 너는 나의 질문에 조잘조잘 쉼 없이 대답했고, 문제는 그게 아니라며 동아리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면접을 봤는데 글쎄 예상 질문과는 너무 다른 질문을, 그것도 첫 번째로 받게 되어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질문인즉슨, 국가에서 기업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해 보라는 것이었단다. 우리 동아리를 왜 선택하게 되었냐는 등의 질문만 생각했다가 머리가 하얘졌다는 너의 말에 공감하며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게 많구나 싶었다.


이제 중학생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 학교가 너무한 거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너와 나,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위로했다. 그래서 너가 등교하면 나는 생기부니, 학종이니, 세특이니 이런 류의 책들을 본다. 내가 지금 고등학생이었다면 아마도 난 대학 가기 어려웠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쩌면 더 재미있게 다닐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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