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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기를

고등학교 등교 2주 차 첫날.

by 시연

친구가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모두 다 친구가 있는 가운데 너만 혼자라고.


고등학교 등교 첫날.

중학교 때도 그랬듯 너는 첫날부터 친구를 사귈 거라 생각했다. 그때는 다니던 초등학교와 다른 지역의 중학교에 입학하느라 아는 친구 하나 없었는데, 친구랑 놀 거라며 입학식 다음날부터 일찍 등교하는 널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그러니 고등학교도 걱정할 필요 없을 거라고, 바람인지 기대인지 모를 마음을 가졌다.

즐겁게 시작하기를 바라며 걱정과 기대를 품은 채 너를 기다렸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중문을 열어 너를 맞이했다. 너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네가 그 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랐던 마음을 가졌던 나 때문인 거 같아 속으론 미안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

왠지 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너의 어깨에서 내려놓으며 교복차림의 너를 한참동안 꼬옥 안고는 많이 속상했겠다는 한마디 말을 건넸다. 점심은 어떻게 먹었는지, 선생님은 어떠신지, 쉬는 시간엔 무얼 하며 보냈는지,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는지 궁금했다. 콧물은 합세한 지 이미 오래.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등교 둘째 날.

오늘은 울지 않기를 바라며 하교하는 너를 맞이했다. 쪼르르 네 방으로 들어가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너를 마주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오늘은 어땠는지, 점심 메뉴는 뭐였는지, 무슨 수업을 했는지, 과목 선생님은 어떠신지, 그리고 마음에 드는 아이와 이야기는 나눴는지......

너는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한 채 볼이 발그스름해질 때까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때 난 네가 그렇게 우는데도 '참 예쁘구나' 생각했다.

먼저 말을 걸어보라고. 이 기회에 성격을 조금 바꿔 적극적으로 행동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친해지고 싶은 아이가 있다면 너의 상태를 설명하라고. 중학교 때 친한 친구들은 모두 다른 학교에 배정을 받아서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그래서 외롭다고. 그러니까 나랑 친구 하자고. 내성적인 너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한 번 도전해 보라고 말했다.

그보다 먼저 짝꿍은 무슨 과목을 좋아하는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물어보면서 친해지는 건 어떨까 말했다. 그랬는데 벌써 물어봤다고. 물어봤는데 좋아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고 다 싫다고 했다며 시무룩해 했다. 하필이면 좋아하는 과목이 없는 아이가 짝꿍이라 뒷 이야기를 이어가기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하필이면.


등교 셋째 날.

모쪼록 어제보다 좋은 날이기를 바라며 기분 좋게 배웅을 했고, 하교시간엔 학교 근처에서 기다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질문을 했는데 공간이 달라서였는지 너는 울지는 않았다.
'휴~ 다행이다.'

새로 갈아입고 간 하얀색 뽀글이 점퍼가 털이 많이 빠져 바지에 잔뜩 묻었다며, 차에 올라탄 너는 교복 허벅지 부분에 묻은 흰색의 짧은 털들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반 아이들이 모두 화장을 하고 다닌다고, 너만 화장을 하지 않으며 교복 입고 다니는 사람은 너와 또 다른 아이 한 명뿐이라며. 사복 입는 아이들이 많고 체육복도 많이 입어서 내일부터는 체육복을 입고 다닐 거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친구를 사귀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드러낸 너에게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 하자는 말로 다음날을 기약했다.


등교 넷째 날.

너보다 늦게 집에 들어온 나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불렀고, 곧장 네 방으로 가 너의 표정을 살피며 오늘은 어땠는지 물었다. 오늘은 친구를 사귀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어느새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는 이내 넘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렀다. 그리고는 턱 밑에서 뚝 떨어지고야 마는. 그때 그 눈물은 내 마음에 박힌 것처럼 아팠다. 오늘은 울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더니 '엄마가 어땠냐'라고 묻는 동시에 속상한 마음이 올라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미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끼리만 있다고. 혹시라도 너를 이상하거나 잘못된 아이로 볼 까봐 걱정된다며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너와 친한 친구가 한 반이 되었다면 너는 어떻게 했을까. 신학기, 서먹한 기운이 감도는 교실에서 친한 친구랑 같이 있지 않고 모르는 아이에게 말을 걸고 시간을 보낼까? 지금은 그런 시기라고. 그 누구도 너를 이상하거나 잘못된 아이로 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고. 너도 그랬듯, 친구는 또 바뀔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학교 선생님께 상담을 받으면 어떨까 물으니 일주일만 더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화요일부터 시작한 고등학교 생활의 첫 주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마도 교우 관계일 거라고 덧붙이면서 선생님들도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실 거라고, 그러니까 교우 문제로 힘들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될 거라고 말해 줬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힘든 부분은 끙끙 앓지말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선생님께 꼭 말씀드려서 힘듦이 찌꺼기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주말 지나 등교 2주 차의 시작인 오늘. 웃는 얼굴로 하교하는 너를 봤으면 좋겠다.

학교에서는 신학기에 친구 사귀기가 힘들 아이들을 위해 교과 과정 내에 프로그램을 편성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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