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끝이라고?

그여자가 쓰는 그남자 그여자 #3

by 시연

적어도 1년은 연애기간을 갖고 싶었다. 사계절은 만나봐야 상대방을 알 수 있다는 얘길 많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남자는 1년은 너무 길다고 말하며 자기가 변할 사람 같냐고 했다. 변할사람 같지 않지만 주워들은 게 많아서인지 이왕 늦은 거 좀 더 만나보고싶었다. 결혼하면 물리기가 쉽지 않을 터, 30대에만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상관 없었다. 나의 이런 생각에 친구들은 말했다. 10년을 살아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고, 심지어 평생을 살아도 모른다고, 다 사람 나름이라고.......




결국 만난지 10개월 만에 결혼했다. 끼고 있던 안경 탓인지 남매 같다는 말도 자주 들으며 우린 부부가 되었다. 서른이 훌쩍 넘도록 엄마품에 살다가 낯선 공간에서 둘만의 시간이 불편했을법도 한데, 어쩐일인지 난 남편이 엄마처럼 편했다.


오래전 엄마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그때 엄마는 일명 '고쟁이' 라고 부르는 헐렁한 바지차림으로 앉아 계셨고, 난 그 옆에 누워있었다. "아빠가 살아계시면 이런 옷 못입고 있지~" 난 그 말씀이 좀 의외여서 "그럼 결혼하면 이렇게 누워있지도 못해?" 엄만 당연하다는 듯히 말씀하셨다. "그러엄~"

헉! 그럼 그렇게 불편한 결혼을 왜 하느냐며 난 그렇게는 못 살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난 세상 편한 남자를 만나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즈음 결혼을 하라고 부추기던 지인들은 '결혼하니 어떠냐. 결혼 전과 후가 다르지 않냐.' 질문이 많았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이제 곧 본성이 드러날거라며 마치 불행하기를 바라는 사람들 같았다.


결혼하고 한 두 달 쯤 지났을까? 퇴근해 들어온 남편이 책을 내밀었다. "이 책 없지?"「키다리 아저씨」다! 난 판형별로, 출판사별로 「키다리 아저씨」책을 모으고 있었기에 냉큼 받아 내지를 살폈다. 귀에 걸린 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남편이 말을 잇는다.


이 책 말야, 원래는 전집에 들어있었어.
한권 빠진채로 판매하는 것보다는 온전한 채로 판매하는 게 훨씬 수월해서 갖고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손님께 판매가 됐어.
이 책은 그 손님께 내가 다시 구매한거야.



50권이 넘는「키다리 아저씨」



좋았다. 연애기간 10개월 동안, 서점에 들어오는 「키다리 아저씨」는 온전히 내 것이었지만 어쩐지 결혼하면 끝일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모으고 있는 책을 애써 구해주다니. 어떤 선물보다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남편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모은 「키다리 아저씨」는 현재 50권이 넘는다.


그리고 여전히,

남편은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만남에 대하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만남에 대하여 감사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아름답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순결하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사랑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이 진다고 울지 말자는것이다
스스로 꽃이 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가난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영원하자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 반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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