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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인경 Sep 26. 2019

달리다가 지쳤다. 괜찮다. 좀 쉬면 일어설 걸 알기에.

[일상을 끄적끄적]


© alexgeerts, 출처 Unsplash

  퇴고를 하느라 생긴 블로그 활동의 공백이 신경 쓰인다. 아니, ‘퇴고를 하느라’는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저 싱숭생숭한 마음에 시달렸고 당장 처리해야 할 일 말고는 어느 것도 하기 싫었다. 딱히 무엇 때문이라 말할 순 없지만 미묘한 감정들이 한 데 뒤섞여 해 오던 일들을 손에서 내려놓게 했다. 그럼에도 이런 내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너무 달려 온 나머지 잠시 지쳤을 뿐이고 곧 일어설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편하지 않은 현재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족쇄처럼 느껴지던 퇴고는 그제 출근 전에 끝을 냈다. 그때 당시는 족쇄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갑갑증을 느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상쾌한 바람이 날리는 가을 숲길을 너무도 걷고 싶었다. 초록이 내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크로아상 한 조각과 커피를 놓고 종일 소설책을 읽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집구석 책상 앞과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일터를 왔다 갔다 할 뿐. 퇴고를 위해 앉았다가 거실을 몇 번 오며 가며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랬다.

 곧 출근을 해야 하고 약속한 마감은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쫓기면 정신 차린다고, 드디어 의자에 앉았다. 마지막 꼭지가 분량을 채우지 못하고 막혀 있었고 두 꼭지 속의 사례가 겹쳐 있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타다닥 타다닥’ 마지막 꼭지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키보드를 몇 자 두드려 대니 생각의 꼬리도 리듬을 타고 이어졌다. 어느새 집중모드. 겹 사례도 해결이 되었고 결국 출근 전에 끝이 났다. 만족스러웠고 상쾌했다. 이제는 숨이 좀 편하게 쉬어진다.      

              

© rawpixel, 출처 Pixabay

 그 숨통으로 어제는 브런치를 단장했다. 막 퇴고한 따끈한 글들을 발행하고 은은한 바람도 같이 넣었다. 행운은 어떠한 형태로 언제 올지는 알 수 없기에 돈도 들지 않는 바람을 넣는다는 것은 참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권한다.

 ‘브런치에 발행 한 글들에 신경 좀 그만 써라. 모소대나무의 농부가 대나무 밭에 씨앗을 뿌려 놓고 4년을 기다렸듯 너도 기다려라. 자꾸만 들락거리면 문지방 닳는다. 단, 다른 글을 발행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짜내라.’

 조회수와 ‘라이크’를 확인하기 위해서 브런치의 아이콘을 자꾸만 누르게 된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알람 메시지가 오건만, 조바심 나게 하는 이 마음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야지. 그 족쇄 같던 가슴앓이에서 뛰쳐나온 것만도 어디냐. 다시 희망의 밭에 뿌릴 씨앗을 구했다. 쉬엄쉬엄 가자고 되뇌며 이틀을 보냈다. 그런데 이 새벽에 블로그를 들어가자니 내 영역이면서도 문을 열기가 두렵다. 문 닫은지 고작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무엇이 두려운 걸까. 


 아침이 밝는다. 밖에 나가 줄넘기 몇 십 개 뛰어줘야겠다. 운동기구를 이용해 허벅지와 골반을 좀 단련시켜주고서 그 기운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해야지. 무엇으로 차릴지 벌써부터 걱정이되지만 밥부터 앉혀 놓고 나가면 찬거리들은 운동하는 동안 생각이 나지 않겠나. 지금도 늦었다. 서둘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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