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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느 별에서 왔니?

200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인연

by 하늘미소 함옥녀

어린 소녀는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옥황상제님~ 아버지"


왜 그렇게 불렀는지... 왜 슬프게 눈물이 고였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하늘을 수시로 올려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옥황상제를 불렀습니다.

뭉실뭉실 하얀 솜털 구름이 떠다니면 구름에 궁전 모양을 새기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소녀는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하늘과 선녀들 그림을 그려 강당에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소녀가 그림 주제로 떠오르는 것은 거의 선녀들 모습입니다.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그리는 선녀의 모습에서 어딘가 모를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 머리를 가득 채웠던 소녀의 하늘 그리움은 어른이 되어..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만나본 무속인들은 말했습니다.

"너는 저 하늘나라 천상의 높은 선녀였다, 그것도 가장 높은 최고 선녀"


'내가? 내가 선녀였다고? 그것도 선녀 중에 가장 높은 선녀였다고?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어? 그 높은 선녀였으면 뭔가 능력은 있어야 할 것 아냐?"


소녀에서 어른이 되어 있는 여자는 그 말이 긴가민가했습니다.

능력이 있다면, 꿈자리 잘 맞고, 예감(촉), 예지력 좋고... 물론 그건 엄청난 감사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여자는 꿈을 꿨고, 여자 식구의 크고 작은 일에도 꿈을 꿨습니다.

여자의 꿈은 틀린 적이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의 일은 꿈으로 보여 줍니다.


그렇게 무속인의 말은 흘려 넘기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우연히 여자에게 인연이 찾아왔습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을 여자는 이해했습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사주를 공부하던 그 동생은 배움을 찾아 고승과 스승의 인연을 맺고 자신의 전생, 여자와의 인연등 많은 것을 확인하고 알게 됩니다.


여자가 누구와 만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이 생기는지까지 알고 있는 고승은 칭찬과 야단을 섞어가며 여자를 이끌었습니다.


불교 서적에 보면 육신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육신통은 수행자들이 열심히 불도를 닦으면 부산물로 얻게 되는 여섯 가지 신통력을 말합니다.


천안통,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천이통, 보통은 들을 수 없는 먼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

타심통,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

숙명통, 자기와 타인의 전생과 과거를 알 수 있는 능력,

신족통, 몸을 원하는 대로 어느 장소로나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마지막 누진통은 모든 번뇌를 끊고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부처의 경지를 말합니다.


법랍이 많은 고승은 오신통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고승으로부터 듣게 된, 여자의 전생 이야기.. 소명.. 업...

여자는 무속인들한테 듣던 말들을 다시 지난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습니다.

묘하게 끌리는 그 말들은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유독 어렸을 때부터도 관심이 많았던 하늘.... 별..... 선녀...... 천상에 대한 묘한 그리움!


여자는 자기를 알기 위해 도서관의 낡은 책들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어디엔가 자기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곳이 있는가 싶어, 선녀에 관한 전설부터 동양천문 별자리 이야기, 그리고 사주학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하며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동생은 고승의 말과 자기의 말을 여자에게 전했습니다.

"누님은 천상의 가장 높은 선녀였어요. 옥황상제를 호위하고 선녀들을 지켜주는 대장군을 유혹해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샀어요? 누님은 미리 쫓겨날 것을 알고 금은보화를 챙겨 인간 세상으로 도망쳤지만, 대장군은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났으니 얼마나 억울했겠어요?"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200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인연, 이번이 전생의 업을 풀어내는 마지막 관문이에요! 부디 인연을 알아보고, 전생의 업을 말끔히 씻어내세요. 다음 생에는 꼭, 누님의 자리로 돌아가셔야죠."


지난 전생의 과보라고는 하지만,

여자에게 현실은 너무 혹독했습니다.

어떤 날은 힘든 현실에 지쳐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고 하는 여자를 달래기 위해 동생은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누님 별이 뭔지 아세요? 힘들 땐 밤하늘을 올려다봐요. 반짝이는 별 중에 누님별을 찾아보세요. 학이 날개를 활짝 펴고 천 개의 별을 감싸 안은 듯 빛나는 '학천별', '천학별'이라고도 해요. 바로 누님 별이에요. 힘들어도 웃어요. 누님이 우울해하면 누님 별빛도 흐려져요."


고승은, 꼭 피해 가야 하는 큰 일은 막아줘도,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 배워가며 깨우치라고 칭찬과 야단을 섞어가며 이끌었습니다.


고승은 동생과 여자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105세의 나이로 앉아서 입적하셨습니다.

고승은 어느 별로 돌아갔을까요?


여자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별에게 말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별님아, 나 좀 잘 이끌어주라~~~

여자의 눈에는 또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여자는 그때는 어려서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하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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