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하지 마라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
가던 길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본다.
하늘은 말한다.
그저 '말없이' 그 자리에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고...
고요함 속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어 있다고...
마음속의 온갖 욕심과 미움,
시기심 같은 어둠을 걷어내고
티끌 없이 맑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살아가라고..
삶에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으라 무정설법을 한다.
맑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의 참모습을 마주할 수 있음을
하늘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우리를 얽매는 감정의 사슬,
끝없는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벼워지라고 말이다.
그렇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물처럼 바람처럼
어떤 형태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이 가능해진다고 말이다.
때로는
삶의 거센 물결에 맞서기보다,
그 흐름에 기꺼이 몸을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치 깊은 바다에 빠졌을 때,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릴수록
더욱 깊이 가라앉지만,
몸의 힘을 빼고 물결에 자신을 내맡길 때 비로소 잔잔히 떠오를 수 있듯이 말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때로는 한 번씩 쉬어가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진정한 '나' 자신을 돌아보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육조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생각에 생각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 부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을까?
붓다께서도 "마음은 모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된다"라고 하셨듯이,
그 생각들이 때로는
우리를 괴롭히고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어떤 인연이든,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편안함이든 불편함이든...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마주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 주어진
삶의 환경과 인연들은
모두 내게 주어진 내 인연이다.
우리는 흔히 '좋다', '싫다'는
분별의 색안경을 낀다.
그 순간
마음에는 작은 파문이 일고,
그 파문은 이내 집착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하게 굳어진다.
그리고 그 집착 때문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업을 짓게 된다.
어쩌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인연은,
풀어야 할 오래된 매듭이자
지금 이 순간 녹여내야 할
지난날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인연 따라 잠시 왔다 가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기에 '무상(無常)'하고,
고정된 실체가 없기에 '무아(無我)'라 한다.
이 무상함과 무아를 보지 못하고
붙잡으려 하고, 밀쳐내려 애쓸 때
우리는 괴로움 속에 머물게 된다.
좋고 싫다는 분별을 내려놓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연을 승화시킬 때, 비로소 과거에 얽매였던 업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화엄경에 "수연무작(隨緣無作),인연에 따라서 조작 없이 살라."라는 말씀이 나온다.
수연소구업(隨緣消舊業),
인연을 따라서 옛 업을 녹여야 한다.
인연을 따르라.
돈이든 사람이든, 얻기 위해 노력하고, 선행을 하고 덕을 쌓으면 갖기 싫어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생각에 생각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눈앞의 인연을 고요히,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
청산처럼 말없이,
창공처럼 티 없이,
물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주어진 인연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는 여정.
오늘도 그 길 위에 조용히 서 본다.
#하늘미소 #인연을따르라 #생각에생각을덧붙이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