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결된 채 저장되어 있는 저장식의 영역
『대승기신론』에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인연은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접촉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제8식, 저장식에 저장된다고 해요.
이렇게 저장된 경험은
나중에 어떤 상황과 조건을 만나면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고 하지요.
우리의 감각기관은
어떤 대상과 접촉을 하게 되면
느낌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느낌에 따라 대상을 개념화하고, 그 대상을 향한 어떤 마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종자로 저장된다고 해요.
〈치유하는 유식 읽기〉서광 스님 강의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저장식의 특징은 무의식입니다.
전생 · 현생에서 내가 경험한 것들이 저장되어 있고 폭포수처럼 흐르고 있다가 인연과 조건이 맞으면 불쑥 튀어나와서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조건이 맞을 때 날파리가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인이 종자라면 연은 조건입니다.
뭔가 마음에 걸리고
신경이 쓰인다는 것은
저장식을 들여다보는 좋은 소재입니다.
우리가 불상을 보거나 하늘의 별을 보면서 성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불상이나 별이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성스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있는 불성을 체험하고 싶기 때문에 거룩한 사람을 보면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우리 내면의 어떤 싫어하는 것이 터치되는 겁니다.
물론
대상의 에너지가 너무 강하면
그 에너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자기 안에 해결되지 못한 결핍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면에 끌리게 됩니다.
우리는 저장식을
직접 알 수는 없지만
정서와 감정을 통해서
저장식의 어느 영역이 미해결된 채 저장되어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유난히 화가 나는 일과
유난히 끌리는 일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같이 가는 겁니다.
자기 안에 억압되거나
자기 안에 걸리지 않으면
그냥 편안하게 알아차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할 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죠.
"어떤 사람이 주는 것 없이 밉고
싫어진다면, 그 마음이 일어나는 내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어떤 모습이나
태도 방식들은
우리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도,
느끼는 감정도 모두
내 안에서 비롯된 씨앗이었어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깊이 끌리는 상황도 모두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어요.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감정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미해결된 기억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잊힌 기억의 강이
연을 만나 흐르기 시작할 때,
그 기억을 품고 가는 나의 걸음이,
오늘은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히 멈춰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조금은 자유로워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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