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이유

이유가 있는 우울도 있다

by 나날

"우울의 결은 사람마다 다르고 고유하다."

우울증임을 자각하고 견딜 수 없는 마음을 어설픈 언어로 풀어 겨우겨우 쓴 글에 달린 댓글이다. 이 말에 묘한 위안을 받았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할 때가 있다. 이게 우울증이 맞는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자꾸만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의 패턴이 자꾸만 반복되었다. 그 반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우울증"이라고 인정했다. 그러고 나니 주변에 손을 내밀수 있었고 숨 쉴 틈이 생겼다. 하지만 우울증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이게 우울증인가? 아닌가?' 이상한 자기 검열의 시간을 보냈다.

"우울의 결은 사람마다 다르고 고유하다"는 말은 "지금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신이 충분히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들렸다. 마음과 생각이 조각조각 흩어져 여기저기 떠다니며 잡을 수 없는 연기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위태롭게 흔들리던 내게 위안이 되었다.




지금은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지 나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볼 용기가 생긴 단계로 넘어갔다. 아무런 이유가 없는 우울도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나는 망설이고 있다. 이것은 매우 내밀한 고백이므로.


나의 내면을 헤집어 발견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이 이유들은 모두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내가 우울한 세 가지 이유

-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줄곧 하고 싶다고 마음속에 간직한 일이었는데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 벽에 부딪힌다. 나는 그걸 해낼 능력이 없는 것만 같다.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 출산과 육아로 인해 갑자기 변한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 세상은 부조리하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없다.


각각의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모든 이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떤 이유는 내가 글로 풀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하다. 어떤 이유부터 이야기해야 할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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