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회 편>
제주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주는 낯설었지만 늘 새롭고 영원히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제주에서의 삶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도 덕분에 건강해졌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값진 배움을 얻었습니다.
(제주에서의 5년에 대해 기회가 되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서울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도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 일하는 워킹맘이 되기 위해 분주했던 시기였습니다.
학교 내에 돌봄이라는 소중한 사회제도가 있기에 제가 사회로 다시 나가는데 무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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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있던 그 겨울은 매우 추웠습니다.
유치원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식은 제 추억 속에는 지금도 텅 빈 사진첩입니다.
제 몸집보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미리 사두었던 실내화는 그대로 작아졌으며, 새로운 학용품들은 빛바랜 채 낡아버렸습니다.
제 인생에도 셧다운이 내려졌습니다.
사회로의 한 발짝은커녕 태어난 이레로 가장 깊숙이 몸을 움츠려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는 느닷없이 제 인생으로 쳐들어왔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동굴 속에서 숨 쉬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크나큰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무기력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저는 세 번째 기회를 연기처럼 잃어버렸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맞지만,
그 당시 저는 기회를 앗아갔다는 생각에 미치광이가 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그 시기 저는 우울증에서 극단적 포기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