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까지 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빠짐없이 나온다.
술은 가난하고 실패한 자에게는 독이지만, 성공하고 여유 있는 자에게는 황금이다.
소주와 고급 와인
로맨스 영화를 보면 술의 힘을 빌려서 마음을 표현하고
멋진 남자 주인공은 와인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은연중에 술에 대한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나에게 세뇌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30대를 벗어나면서 소주를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마치 성공한 사람들을 흉내내기 위해 와인이나 양주를 즐겨 마시게 된 게 아닐까
고급술을 위해 안주와 그릇들도 고급으로 맞추어야 했다.
술과 음식을 먹는 동안 마치 부를 이루었다고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그동안 놓친 것들은 술잔 너머로 보내버리고(잠시 잊어버리고)
어쭙잖은 허세만 잔뜩 장착한 비어른 인간
트러플은 사 먹을 돈은 없으면서 트러플 오일로 향이라도 맡아보려는
무려 3일 전의 나라는 인간
그렇게 3일차를 보내주면서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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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료들에게
알콜 프리를 선언했다.
비웃는다
내일의 회식을
기대하라는 무서운 눈길을 보내온다
‘잠재된 알콜중독자‘ 또는 ’ 간헐적 알콜중독자‘
이렇게 나를 명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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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해줬다.
알콜중독자는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금 금주일지를 쓰는 이 순간도
또 다른 허세로 덮어진 것이라고
중독의 길은 굉장히 싶고 험난하고 심오한 것이라고
그래서
남이 나를 명칭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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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허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