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에게 보내는 금주일지 - 4일차

졌지만, 이겼다.

by 초과 근무

1차는 성공했다.


온갖 협박과 조롱, 유혹, 회유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정 폭력을 버텨냈다.

사이다만 홀짝 거리며 술안주를 제대로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확실히 비음주가의 장점이 있다.

지금 나열하지는 않겠다.(어쭙잖은 경험이랄까)

비음주가의 데이터가 축적되길 간절히 바란다


문제는 2차 장소에서 발생했다.


어르신이 1차에서 거하게 드시더니, 칼을 뽑으셨다.

내가 안 마시니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장의 무기다




난 단칼에 무릎을 꿇었다.


결국 음주가의 자세로 2차를 임했다.


후회하는 죄책감에 홀짝 거리다가

결국 실패라는 마음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차부터 마실걸...'

이런 마음이 항문까지 파고들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금주일지가 초라해졌다.


왜 금주하기로 했는지 1차 술자리에서

101가지 사유를 나열하며 치열하게 설명했는데

다!!!!!!! 필요 없어졌다.


금주 사유가 너무나 볼품없어졌다.


결국 속상한 마음 한 스푼 얹혀서 남편을 불러내 집 근처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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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주 행위의 가장 큰 즐거움은

솔직히 남편과 이렇게 술 한잔에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거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아이 앞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안보인 걸로 위안을 삼는다

금주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졌지만

.

.

.

.

그래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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