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를 놀려 먹을 고민 중인 사람
남편 = 남의 편?
흔희 남편은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그럼 뭐 부인이라고 다를 쏘냐?! 어떻게 하면 나를 놀려먹을까 고민만 하는 것 같다.
가령, 회사 가기 싫다고 징징대고 있으면, "우리에겐 빚이 있다 가라 일터로!"라며 정이 뚝 떨어지는 말을 하질 않나. 백수는 자기가 먼저라며, 나는 자기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된다고도 신신당부를 한다. 분명 먼저 백수 되기 우선권 가위바위보 쟁탈전에서는 내가 이겼는데 말이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죽어라 싫어하는 댄스 퍼레이드와 이상한 노래 부르기로 심기를 거스르게 해서 짜증(구타) 유발자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하면 내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라고 한다. 자고로 트롤에게는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격언이 있지만 난 또 참지 못하고 반응을 해버린다.
물론 나 또한 남의 편이라는 닉네임에 맞게 놀려먹을 생각에 가득 차있다. 써놓고 보니 도긴개긴 피장파장이다. 이러니 같이 잘 살고 있나 보다. 생각하는 게 딱 같은 수준이라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놀리는데 진심일 정도로 마음이 통하기(?)에 내가 힘든 순간에 모든 가면을 벗어놓고 진짜 내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도 부인뿐인 것 같다.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자 내 인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동반자同伴者
명사 - 짝이 되어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나 집단.
그래서 나도 '남의편'에서 '의'를 없애보려 부단한 노력 중이다. 때로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야 그건 말이야 이렇게 해야지.'라는 말을 목구멍으로 애써 삼키며 '잘하고 있다', '역시 네가 최고야'라며 응원을 보내려 노력한다. 이 점은 부인에게 많이 배웠다.
나는 늘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방안을 고민해 주는 것이 좋은 관계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틀린 것 같다. 자기 문제는 자기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해결 방법을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것도 본인이다. 그렇기에 그 고민과 분석은 자신의 몫이다. 그걸 지치지 않고 잘할 수 있게 응원만 해줘도 충분하다는 것을 함께 하며 배웠다.
그리고 부인이라고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늘 내가 잘하고 있을 리도 만무하고, 귀찮고 짜증 나는 순간도 있겠지만 늘 잘하고 있다 말해줬다. 그런 것들이 쌓여 나의 자존감이 되었고, 자신감이 되었고, 밖에 나가 당당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부인의 이런 면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잘 지켜내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지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써 놓으니 참 좋은 남편 같지만... 아직도 '의'자를 없애지는 못하고 '으'정도는 남은 것 같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 자는 2명의 사람이 서로 기대선 모양이라고 한다. 한 명으로는 서있지 못하니 2명이서 균형을 맞춰주어 서로 돕고 살라는 의미라고 들었다. 그런데 부부도 같은 것 같다. 특히나 우리처럼 아이가 없이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인 경우에는 더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서로 뿐이고 서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기에 한번 더 양보하고 배려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다 틈을 보이면 놀려먹어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소소한 놀려먹을 행복, 억울해하는 상대를 보며 재미있어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가 나라를 구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