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삶을 부러워한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 - 30일차

by 혜봄

남자친구와 공원 산책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잘 지내냐는, 그냥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나도 연락 한번 해보고 싶던 참이었었는데, 잘 지내는 것 같은 친구에게 괜히 나의 잘 못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먼저 연락을 못했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그 친구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1-2명 데리고 아주 작게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더니,
지금은 등록을 못 받을 정도로 꽉 찼다고 한다. 혼자 운영하는데도 월 순익이 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그저 부러웠다. ‘와, 대단하다’는 말 사이사이로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새어 나왔다.

퇴사 후 자리를 못잡고 있는 내가 한없이 초라해보여서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가 어려웠다.

그런 내 모습이 더욱 더 못나 보였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고는 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자꾸만 마음 한쪽이 쪼그라든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냥 ‘직장 다니며 보통의 월급이라도 꾸준히 받는 삶’이 몹시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말했다.
“나는 네가 더 부럽다. 결혼 준비하는 사람 있는 것도, 함께 밥 먹을 누군가 있다는 것도…
나는 너무 외로워.”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네가 날 부러워한다고?’
나는 나 자신이 별로인 시기를 살고 있었기에 그 말이 어색하게만 들렸다. 진심일까? 의심도 되었다.


그래, 그럴수있지..

우리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성공’을, 그 친구는 나의 ‘결혼’을.

참 이상하다.
사람 마음이란 건 왜 이렇게 자기 손에 쥔 것은 작게 느끼고 남의 손에 든 건 커 보이는 걸까.
SNS만 봐도 그렇다. 누구나 가장 예쁜 순간, 자랑할 만한 장면을 주로 올린다.
여행지의 노을,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 깨끗이 정리된 집 안의 커피잔.
그런 걸 보면 ‘저 사람은 저런 삶을 매일 사는구나’ 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나의 흐트러진 머리, 정리 안 된 통장 잔고,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컵라면 뚜껑을 떠올린다.

그렇게 남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내 일상의 NG컷을 비교하면서, 나는 괜히 작아지고, 괜히 슬퍼진다.


통화를 마치고 남자친구와 걷던 길로 다시 발을 옮겼다.
따뜻한 봄기운이 묻어나는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나는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으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자.’
크게 빛나진 않아도, 조용히 내 삶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들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내가 충분히 부러운 삶일 수 있다.
빛나는 것만 좇다가 내가 이미 가진 귀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를.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는 그 마음 너머에 따뜻한 위로와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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