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챌린지 - 31일차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집에 다녀왔다.
외식을 하자고 했지만,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집에서 먹자고 하셨다.
“밖에서 먹으면 정신없고 비싸기만 해. 내가 좀 해놓을게.”
그렇게 엄마는 또 한 상을 준비하셨다.
홍어와 돼지고기 삼합, 오징어볶음, 부침개, 미역국까지.
어쩌면 ‘명절 음식인가?’ 싶을 만큼 푸짐한 밥상이었다.
예전엔 엄마 요리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그런 요리실력을 살려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신기하게도 뚝딱뚝딱 만들어내면 연신 먹게 만들던 그 손맛.
그런데 요즘은 그 맛이 조금 달라졌다.
간이 센 듯도 하고, 식감도 전만 못한 듯했다. 연세가 이제 많이 드셔서 맛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셨으니 당연하다. 엄마도 아시는지, “요즘은 감이 잘 안 잡혀. 아무래도 나이 들었나봐.” 하시며 쑥스럽게 웃으신다.
그 웃음 뒤에 어쩐지 자신 없어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짠했다.
그리고 문득, 엄마가 늘 차려주셨던 수많은 ‘특별한 밥상’들이 떠올랐다.
내 어릴 적 생일마다, 엄마는 동네 친구들 열댓 명을 초대해서 한 상 가득 음식을 해주셨다.
그날만큼은 내가 진짜 공주였고,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특별한 밥상이 아니더라도 엄마표 수제간식들도 잊을수가 없다. 치킨, 탕수육, 고로케, 피자 등등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는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집에서 그런 것들을 손수해주셨던 것 같은데 파는 것
못지않게, 아니 더 고급스럽고 맛있었던 엄마표 간식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엄마는 그런 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당신 생일에도 항상 외식을 사양하고 직접 상차림을 하신다.
‘나는 괜찮아’라는 말 뒤에 늘 자신을 뒤로 미뤄왔던 엄마.
어버이날 차려진 밥상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항상 당연하게 받기만한게 너무 미안했다.
올 겨울, 엄마 생신엔 생신상은 내가 직접 차려드려야겠다.
한 번도 못 받아본 ‘내가 주인공인 밥상’을, 이제는 딸인 내가 차려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