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어버이날, 부모님 용돈에 대한 고민

100일 글쓰기 챌린지 -29일차

by 혜봄

지난주엔 시아버님의 생신이 있어서, 우리 집에서 조촐하지만 정성껏 생신상을 차려드렸다.

주말 아침부터 분주하게 마트에 다녀오고, 생선 굽고 고기를 볶고 미역국을 끓이며 정신없이 준비를 했다.

다행히 맛있게 잘 드셔주셔서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주는 어버이날, 내일은 친정에 갈 예정이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 유독 이 ‘기념일’들이 예전보다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온다.

매넌 늘 해오던 일이지만, 이제는 용돈 액수부터 선물, 식사까지 모든 게 '두 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내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것.

회사 다닐 땐 이런 고민은 없었다.
기념일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부모님 용돈도 챙기고, 맛있는 식사도 예약하고, 예쁜 꽃다발에 고급 과일까지 곁들이며 기분 좋게 부모님을 만났다.
“이 정도는 해야지” 싶은 마음도 있었고, 솔직히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의 수입은 예전의 3분의 1, 그것도 들쭉날쭉한 프리랜서 수입에 가까운 구조다.
고정급여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마음을 크게 흔든다.

지난 주 시아버님 생신때도 남편과 용돈 금액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각 20만 원 하자”고 조심스럽게 말했고, 남편은 단호하게 “그래도 30은 해야지”라고 말했다.
‘10만 원 차이’—사실,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10만 원이 우리 부부의 소비 구조에선 꽤나 묵직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용돈 외에도 식사를 식당에서 한다면 외식비, 집에서 한다면 사가지고 가야할 선물까지.

어느새 4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물론, 나도 드리고 싶다.
그동안 친정 부모님 해외여행도 여러 번 보내드렸고, TV 바꿔드리고 필요한 가전제품도 기꺼이 사드렸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10만 원을 더 쓰는 게 아깝다기보다, ‘이게 지금 우리의 감당 가능한 범위인가’라는 질문이 앞선다.

그런 내 마음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고민 끝에 10만 원 줄이자고 말 꺼내는 내 모습이, 부모님께 드리던 마음이 작아진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렇다고 매번 무리하는 선택을 반복할 수도 없다.
우리의 삶도, 우리의 속도에 맞춰야 하니까.

그래서 다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생신은 30만 원, 그 외 명절과 어버이날은 20만 원.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믿는다.

부모님은 돈 많이 드리는 자식보다,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자식을 더 자랑스러워하실 거라는 걸.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감싸 안으며,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결국 부모님께 드리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언젠가 더 여유로워지면, 그땐 더 기쁘게, 더 넉넉하게 드릴 수 있겠지.
지금은, 우리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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