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생파모임 중

100일 글쓰기 챌린지 - 34일차

by 혜봄

요즘 문자가 하나둘씩 오기 시작한다. 생일 기념 할인 쿠폰.
아, 5월이구나. 내 생일이 다가오는구나.
엊그제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또 돌아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어렸을 땐 생일이 마냥 설레는 날이었다. 나에게는 너무 특별한 날이고,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날.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생일은 그냥 하루가 되었다.
그냥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날.


이번 일요일엔 고등학교 친구들과 생일파티 약속을 잡았다.
30대까지만 해도 생일주간이라며 일주일 내내 약속이 빽빽했는데
대부분 카톡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대체한지 오래되었다.

그중 유일하게 남은 생일모임이 바로 제일 친한 친구,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생일파티이다.
원래는 다섯 명이었었는데, 한 명은 호주로 이민을 갔다.
남은 넷 중 둘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느라 지금도 그렇지만 30대때는 더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가 빠지는 건 자연스러워졌고, 모임을 미루는 것도 익숙해졌다.
가끔은 지치기도 했다.
"이럴 바엔 그냥 생일 모임 하지 말자…"
그런 말이 오간 적도 있었지만, 우린 어찌어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생일모임이니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 30년은 아니고, 거의 그렇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 생일모임이 없었다면 우리 사이도 흐지부지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해지고 결국 “잘 지내지?” 한 줄로 이어지는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생일모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우리를 잇는 끈 같은 거라고.

앞으로 30년도 그렇게, 서로의 생일을 챙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생일덕분에 1년에 4번, 분기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와중에 생일을 핑계로 뭐 하나라도 더 팔려는 쿠폰들 사이에서
반가운 쿠폰 하나를 발견했다.
스타벅스 무료 쿠폰. 이건 꼭 챙겨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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