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재미있다, 재미있어야 더 잘하게 된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 - 35일차

by 혜봄

나는 주말에 평일보다도 더 일찍, 5시에 일어난다.

테니스 동호회 활동 때문이다. 아직은 어두운 시간, 이불 속에서 쉽게 나오지 못한다.

내가 왜 주말까지 이 고생을 사서하나, 이번주는 그냥 좀 쉴까? 라는 유혹과 한참을 실갱이 한다.

일어나서 출발하기까지는 힘들지만 막상 코트에 도착하면 기분은 좋다.
모처럼 파란 하늘, 살랑거리는 바람, 딱 테니스 치기 좋은 날씨였다.


시작은 잘 하지만 뭔가를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을 잘 못하는 내가, 테니스를 친지 벌써 8년차가 되었다.

처음엔 주 5일 테니스를 치러 다녔고, 하루에 이 클럽 저 클럽.. 테니스 모임을 두탕을 뛸 정도로 테니스에 미쳐 살았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그러나 일도 바빠지고 하면서 '취미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있나? 그냥 슬슬 즐기자 마음 편하게'라고 생각하며 주 1-2회 정도만 코트에 나가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당연히 늘지 않는 테니스 실력. 구력은 8년이지만, 누군가 구력을 물어보면 나는 늘 3년이라고 대답한다. 8년에 어울리지 않는 실력이 자신없어서이다.

스트로크는 여전히 짧고 힘이 없고, 발리는 정말 테린이보다 더하게 못한다.

문득 옆 코트의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랑 비슷한 실력이었었는데 눈에 띄게 실력이 늘었다. 이제 나랑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같이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그 순간, 부럽다는 감정보다 먼저 떠오른 건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 친구는 쉬지 않고 레슨을 받았고, 비 오는 날엔 실내 코트라도 찾아다니며 테니스를 쳤다.
그렇게 실력이 느니깐 점점 더 잘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대회도 나가고, 본인도 실력이 느는게 느껴지니깐 더 재미있어하면서 더욱 열심히 테니스를 쳤다. 그렇게 선순환이 되었다.


반면에 나의 실력은 “취미인데 꼭 잘할 필요 있어? 그냥 즐기면 되지.”라는 생각과 함께 정체되었다.
그러자 점점, 재미도 사라졌다.


뭐든, 잘해야 재미있다. 재미가 생기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또 실력이 느니까, 결국 다시 재미있어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하루 한 편 글쓰기, 나 혼자만의 약속을 매일 실행하고 있다.

매일 한 편씩 쓰고 있지만 어렵고 힘들다.
다 쓴 글을 다시 읽으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걸 누가 읽을까?’ '꾸역꾸역 쓴 글, 너무 티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테니스가 알려줬다. 정확하게는 나랑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제 실력의 격차가 너무 커져버린 테니스 친구를 통해 알게됐다. 처음엔 재미없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오?” 하게 되는 그 지점이 온다는 것을 그 한순간의 손맛. 그 짜릿함. 그걸 맛보면, 더 잘 치고 싶어진다는 것을


글도 그렇지 않을까.

아직은 재미보다 인내로 쓰고 있지만,
내가 쓴 문장 하나에 조금은 만족하게되는 날이 분명 올 거라 믿는다.
그게 재미로 이어지고, 재미가 또 나를 더 잘하게 해줄 것이다.


이번주말에는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테니스를 치러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은 더 욕심을 가지고 글을 계속 써 나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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