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나고, 삶이 다시 시작되다

돌아온 자리, 다시 일상 속으로

by 미나래
IMG_20170619_005744_751.jpg?type=w966
20170619_094642.jpg?type=w3840

20일간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낯선 공기, 낡은 침대, 더운 바람 속에서 함께 웃고, 울고, 흥정하던 시간이 이제는 손바닥처럼 익숙한 일상 속으로 접혀 들어간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첫날, 나는 종손며느리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사를 준비하고, 쌓인 빨래를 돌리고, 몸살이 몰려오는 근육통을 달래며 틈만 나면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피곤함마저도 행복했다.
내가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고, 불편하지 않은 화장실이 있고, 하얗고 깨끗한 침대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여행이 내게 새삼 가르쳐준 것이었다.

률과 껀은 나보다 훨씬 빨리 일상에 적응했다.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고, 친구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깔깔 웃었다.

“엄마, 우리 라오스 다시 가요. 그곳 사람들 너무 착했어요.”
출발 전, “왜 거길 6일이나 있냐”고 투덜대던 아이들이 이제는 그곳의 순수함을 그리워했다.
나는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세상을 이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지도를 따라 이동한 시간이 아니었다.
싱가포르의 빛나는 도시를 지나, 태국의 시장에서 흥정을 배우고, 라오스의 느린 속도에서 여유를 배웠으며,베트남의 낡은 슬리핑 기차 안에서는 감사함을 배웠다.
불편한 화장실에도, 느린 하루의 속도에도 그곳엔 ‘삶이 흐르고 있음’이 있었다.

라오스 블루라군에서 우연히 만난 본드.

태국 농카이에서 위험했던 우리를 도와준 청년이었다.
그때는 이름조차 물을 여유가 없었는데, 며칠 뒤 물빛이 고요한 블루라군에서 다시 만났다.
서로 놀란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인연이, 어쩐지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웠다.

세상은 이렇게 작고, 인연은 이렇게 신비롭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수없이 두려웠고, 수없이 웃었다.
길을 잃어도 괜찮았고, 계획이 어긋나도 괜찮았다.
완벽한 하루보다, 불완전한 하루가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고, 남편이 묵묵히 보내준 믿음 덕분에 완성된 여행이었다.

돌아와 다시 ‘일상’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그니, 여행의 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여행이 끝난 게 아니라, 삶이라는 또 다른 여행이 계속되고 있음을 느낀다.

20170619_110946.jpg?type=w3840

나는 여전히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답은 여전히 멀리 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조금은 알 것 같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느리게 숨 쉬며 사람과 순간을 사랑하는 일.
그것이 내가 찾던 ‘나답게 사는 법’이었다.



여행은 끝나지만,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또 다른 여행의 길 위에 선다.
낯선 곳이 아닌, 나의 일상 속에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2화나의 인생에 다섯 번째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