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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 감로안 Jan 19. 2023

비거니즘 전성시대

비건은 단백질을 어디서 얻나요?2


                             

  먹는다는 의미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마음을 먹기도 한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 검진을 하거나 인바디를 잴 때 키를 쓰는 빈칸에 항상 160cm라고 적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158.5cm이다. 아이들은 엄마 성화에 못 이겨 초등학교 시절부터 피자나 치킨은 생일 또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우유는 송아지에게 양보했으며, 100% 현미밥을 먹어왔고 밀가루도 우리밀 또는 통밀가루를 먹었다.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엄마의 신념을 따라왔던 아이들은 이제 엄마를 내려다보며 

  “아래쪽 공기는 어때?”

라며 놀릴 정도로 자랐다.  

        

  아이들은 성장기 때 오히려 고기 섭취를 줄였고 우유는 거의 안 먹었으며 가끔 과식을 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는 단식을 하기도 했다. 현재 24살 딸은 키가 168cm이고 20살 아들은 178cm이다. 키가 크고 작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고기와 우유 등 단백질 섭취를 해야만 키가 큰다는 생각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고기와 우유를 먹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아침부터 갈비탕을 먹을 정도로 육식을 즐겼다. 내가 족발을 너무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아빠는 자고 있는 딸이 안타까울 때는 깨워서까지 먹였다. 나중에 음식과 질병 공부를 하다 보니 안 사실이지만 내 체질에는 찬 성분의 돼지고기가 안 맞았다. 그러고 보니 어김없이 소화도 잘 안 됐고 설사를 동반한 복통도 있었으며 여드름도 많이 났던 걸로 기억된다. 입시 때는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에 고기를 더 많이 먹었다. 늘 소화불량에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가며 찾아왔다. 속이 안 좋으니 성격이 예민해져 잠도 푹 자지 못했다.    

 

  반대로 남편은 어릴 때부터 약골로 태어나 늘 골골거렸다고 들었다. 성장기 때도 농담 삼아 없이 자라 고기는커녕 생선 위주의 풀떼기가 전부였단다. 현재, 지구력도 강하고 키가 178cm로 건강한 남편은 자신의 성장과 건강의 비결은 잠과 걷기였다고 말했다. 둘의 데이터를 가지고 아이들을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9시만 되면 책을 읽어주며 잠을 재웠다. 학습위주의 학원보다는 태권도 학원과 합기도 학원을 7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다니게 했다. 

    

  나와 다르게 아이들 성장 비결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아니라 건강한 식단과 충분한 수면, 운동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운동하다가 다쳐서 정형외과는 가끔 갔지만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간다든지 약을 먹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은 듯 하나 코로나도 아직까지 우리 가족을 비켜갔다.


  요즘 미디어는 먹방 관련 콘텐츠로 도배를 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건장한 남자들이 나와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닭가슴살을 먹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단백질 신화’에 가까울 정도로 단백질은 무조건 좋고 근육을 만들며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밥상에는 매일 ‘동물성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특히 몸짱이 유행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홈트레이닝 관련 유튜버가 늘어나면서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파우더와 닭가슴살이 과도하게 팔리기도 했다.  

 

  비건이 되고 난 후로 한집 건너 치킨집인 우리나라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 1위로 닭가슴살 소비까지 보태지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던 중에 헬스와 근육에 관심이 많던 아들과 바디 프로필 찍기 내기를 우연찮게 하게 됐다. 나조차도 긴가 민가 했지만 채식과 단식으로 얼마든지 근육을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했으며 그때 레시피와 바디 프로필 사진이 증거로 남아있다. 

        

  2010년, 먹거리를 고민하던 중 ‘J’사의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바른 먹거리를 공부하면서 화학첨가물, 자본 밥상에 의한 낙농 축산업의 실체 등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엄마표 집밥을 해주고 탄산음료를 줄이고 과자도 통밀로 만든 것을 먹여 바른 먹거리로 가족건강에 주력했다. 주위로부터 먹는 것에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땐 내 가족 건강만 생각하면 됐다.  

   

  그러다 우연히 공장식 축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먹어왔던 먹거리에 대한 생각이 뒤집어지고 불편한 진실과 마주 서게 되었다. 많은 혼란이 왔고 어떤 사실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모른 척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먹거리의 선택은 좁아지게 되었다. 중학생이었던 아이들과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아이들까지도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육식의 잔인성을 설명하고 강요만 했다. 그랬더니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만 들게 하고 반작용으로 채식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유연한 교육방식이 아니었기에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고기, 우유, 계란, 생선을 먹더라도 자본주의 밥상이 빚어낸 빠르고 저렴한 생산 공정을 위해 공장식 축산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동물에 대해서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봐 달라고 말이다. 


 또 하나 밀집사육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오직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병을 옮기지 못하도록 항생제를 미리 맞고 성장촉진제를 투여받은 동물들의 운명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상관없지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불편한 진실이지만 바르게 알아야 한다. 엄마는 알릴 권리가 있으며 삶의 방식과 먹거리의 방식을 선택하는 건 아이들의 몫이니 기다리면 된다.  

             

  그럼, 축산시스템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만 721억 1,877마리의 닭과 3억 2,451만 마리의 소, 13억 4,854만 마리의 돼지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숫자에 약해 이렇게 숫자가 크면 가늠을 못한다. 2022년 전 세계 인구가 79억 명이니 한 해에만 전 세계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닭이 목숨을 잃는다고 보면 된다. 이 숫자는 전체 동물이 아닌 닭만, 몇 년에 걸친 것이 아니라 1년 치 통계만 낸 것이다. 여기서 또 한 번, 대한민국은 한집 건너 치킨집인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미국 심장협회는 “식사에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굳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 면서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도 필수 아미노산과 비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왜냐하면, 채소, 과일, 곡류, 견과류에도 충분한 아미노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인류가 배곯지 않은 시대가 없다고 좋아 하지만 이것이 독이 되어 오히려 우리는 영양과잉 상태에 놓여 있고 질병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안 먹는 것이 영양과 건강 측면에서 더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음식이 어떤 경로로 얻어진 것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덧붙여 우리가 먹는 음식이 다른 존재를 해치지 않고 만든 음식이면서 주위 환경에도 이롭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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