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해시태그 - # 조조영화
가끔 조조 영화를 본다.
워낙에 게으른 인간인지라 아침이면 늘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움직이게 되는데 그래도 조조영화를 예매해놓으면 조금은 바지런하게 움직이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가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실로 오래간만에 조조영화를 보기로 마음먹는다.
알람을 맞춰놓은 덕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영화를 보며 마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고, 발걸음도 가볍게 영화관으로 향한다. 길에서 느껴지는 싸한 공기가 가을의 이른 아침임을 알려준다. 극장에 입장할 때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일단, 큐알코드를 찍고, 개인정보를 입력한다. 내가 이 시간에 극장에 다녀간다는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런 후에 체온을 측정한다. 다행히 입장이 가능한 정상체온이란다. 상영관에 입장한다. 상영관을 둘러보니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은 두 명. 내 뒤로는 더 들어온 사람이 없으니 세 명이 영화관을 점령했다. 120여 석이 넘는 극장에 거리두기로 인해 60석은 사라졌다고 쳐도, 60명 정도는 들어와도 될 텐데.. 겨우 세 명이서 영화를 본다. 어딜 가 봐도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을 듯싶다.
영화는 소문대로 재미있었다. ‘90년대 페놀 방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상고 출신 엘리트 여직원 3명이 사건을 용감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주인공들의 면면은 이러하다.
성이 '오'씨고 이름이 '지랖'씨가 아닐까 싶을 만큼, 바르지 못한 일을 보곤 참지 못하고 나서고야 마는 사람.
얼핏 도도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싸가지가 약간 없는 듯도 하지만, 친구가 뭘 하겠다고 하면 구시렁거리면서도 제일 먼저 나서 도와주는 사람.
눈물 많고 마음씨 착하고 수줍음이 많은, 금붕어를 사랑하는 일 잘하는 수학 천재.
이렇게 세 친구가, 머리를 맞대고 회사 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 모습이 좋았다.
키스신.. 베드신 없고.. 조폭이 나오는 장면도 없다. 사내 성추행 관련 언급이 잠깐 나오기도 했지만, 장면 묘사 없고 그냥 말로 하고 지나가는 수준이어서 불편한 마음이 없었다. 90년대 회사나 직장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도 과장이 없고 딱~ 그 시절의 내가 알고 있는 그만큼만 잘 묘사했다. 불편한 마음 없이 영화를 본 것이 실로 오래간만인 것 같다.
중간중간 마음이 찌르르하니 눈물샘을 콕하고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 어떤 부분에선, 약간 신파로 흐르는 경향도 없지 않았지만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상영관 안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극장에 앉아 마냥 미소를 지으며 영화를 즐겼다.
그런데 재미있게 영화를 본 것과는 별개로,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나는 영화를 보는 2시간조차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영화를 보러 가면, 일단 휴대폰 전원을 껐었다. 두 시간 정도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조조영화를 본 날이 마침 평일 오전이라 휴대폰 전원을 꺼두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조금 루즈해질 무렵, 괜히 스마트 폰을 꺼내서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왔는지, 혹시 못 받은 전화는 없는지 살피는 날 발견한다. 음성 전화는 오지 않았고, 몇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없었다. 내가 이렇게나 참을성이 없어진 건가?
요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나쁜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장담을 못하겠다는 게 더 슬프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생각해보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영화를 보는 두 시간조차 스마트폰을 온전히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삶. 이러다 진짜 스마트 폰이 사람들 손에 칩으로 장착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 상상하지 말아야지. 요즘 상상하면 다 그대로 되던데, 이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근데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와장창 깨져있는 현재의 내 휴대폰을 보면 '아직 겪어보질 않아서 그렇지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도 조금은 먹어본다. 내 마음은 오늘도 이리저리 트위스트를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