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해시태그 - # 여행
95년도였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일본 유학 중인 친구가 방학이라 한국에 돌아왔다. 나를 보고 대뜸 대만에 가잔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유학 온 클래스 메이트가 있는데, 방학에 놀러 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여행은 친구 따라 간 대만 여행이 되었다.
벌써 25년이나 지나 여행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기억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대만행 비행기를 탔는데, 옆자리에 한 화교 아주머니가 타셨다. 길지 않은 비행시간이었지만, 가는 동안 대화를 트게 됐다. 아주머니는 소위 말하는 ‘보따리 장사’ 셨고, 한 달에 한두 번은 대만을 다녀가신다고 했다. 나는 타이베이에 여행을 가는 거고 해외여행도 처음이라 좀 떨린다고 했더니, ‘처음 가는 거라면 00은 꼭 먹어봐라. 어디 어디가 관광하기 좋더라. 대만에서 00을 사 오면 이득이다’라며 쇼핑 리스트까지 쭉~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덧붙이시는 말씀.
‘대만 가는데 인사 정도는 배워가야죠.’
생각해보니 그렇다.
‘따라 해 보세요. 니하오’
불안한 눈빛과 경직된 발음.
‘니 하 오’
‘중국어는 성조가 있어요. 그렇게 밋밋하게 말고 “니”는 올리고, “하오”는 내리고
다시 해봐요 니하오’
‘니~하오’
‘오 잘했어요. 대만 친구 만나면 꼭 그렇게 인사해요. 좋아할 거예요. 여행 잘해요.’
‘네 좋은 물건 많이 사 가지고 가세요’
그렇게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졌다.
공항에는 내 친구의 대만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친구와 대만 친구는 일본어로 안부를 나눴다.
나는 일본어를 아주 조금 할 뿐이라, 친구 옆에 멀뚱히 서 있다가 아까 배운 그 한마디를 써먹었다.
‘니~ 하오’
대만 친구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중국어를 쏟아낸다 ‘쏼라쏼라~’
똥그래진 내 눈을 보고, 내 친구에게 일본어로 이야기를 한다. ‘블라블라~’
친구가 웃으면서 내게 전해준 말은 이랬다.
‘네가 니하오라고 인사하는 발음이 꽤 정확해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줄 알았대. 그래서 중국어로 말을 시킨 거라고. 방금 비행기에서 인사말만 배운 거라고 했더니, 성조가 정확했다고 칭찬을 하네.’
이 영광을 아주머니께... 서먹할 수도 있던 만남이 기내에서 급하게 배운 ‘니하오’ 한마디로 금세 부드러워졌다.
그 이후로 4박 5일 동안 친구와 나는 유명 관광지를 돌았다.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들어 기억해두었던 맛있다는 먹거리를 챙겨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관광지에 대한 기억은 다들 비슷비슷할 터. 전부 처음 보는 풍경이니 다 신기하고 좋았다 정도로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당시 찍은 사진들이 어렴풋한 기억의 조각을 품고 있다.
첫 여행의 기억을 하나 더한다면, 떠나오기 전 날, 대만 친구들을 만난 일이다. 상상해보시라. 갖가지 언어가 난무하는 테이블을.. 여섯 명 정도가 술집에 모여 앉았는데, 일단 나와 내 친구는 한국어로 대화를 나눈다. 내 친구와 대만 친구는 일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대만 친구와 그 친구들은 중국어를 하고, 마지막으로 대만 친구의 친구들과 나는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지금은 그 대화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글로벌한 대화가 끝난 이후 숙소에 와 잠들기 전까지 꽤나 오래 두통 비슷한 것을 느껴야 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이쯤에서 웃음을 거두고, 마지막 대만 여행 이야기를 해보자.
그때 첫 해외여행을 같이 갔던 친구와 올해 초에 신년회를 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예전에 대만 여행 갔을 때 참 좋았는데’라며 하하호호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역시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말 나온 김에 대만 여행 갈까?’ 그러는 거다. 그럴까? 오케이. 둘 다 프리랜서라서 시간 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서로 비는 시간을 맞추고, 비행기 티켓을 알아본다.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연다. 예전과 비교하면 백 배 천 배는 예약이 쉬워진 느낌이다. (참고로, 그때는 전화기를 붙들고, 항공사에 전화를 해서 0월 0일에 대만 가는 비행기 좌석 있나요?로 시작해서 한 시간 정도를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숙소도 부킹닷컴, 아고다 등을 옮겨가며 비교 분석을 해서 적당한 곳으로 예약 완료! 진짜 여행이 되네. 비행기 티켓 있고, 호텔 잡았으니, 여권 챙겨서 가기만 하면 되네.
지난번 여행은 타이베이였고, 이번 여행은 타이중이다. 같은 대만이지만, 다른 도시니까 느낌도 달랐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20여분 만에 도착한 호텔은 꽤 만족스러웠고, 걸어서 대학가에 근처까지 갈 수 있어서 밤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이중의 매력은 버스카드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단 타이중 현지에 도착하면 이지카드라는 교통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참고로, 타이중 시내에서는 8km까지 버스비가 무료다. 타이중은 탈 때가 아니라 내릴 때 버스비가 차감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8km 이내라면 몇 번을 타더라도 요금이 무료다. 타이중 시내에서의 자동차 운행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아주 먼 시외로 나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내버스 비용이 무료라니, 아니 뭐 이렇게 알면 알수록 살고 싶은 도시가 다 있담?
타이중은 크지 않은 도시였지만, 볼거리가 많았고 무엇보다 맛있는 먹거리가 풍성했다. 지난번 여행이 관광지 위주의 볼거리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이것저것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먹거리 여행이었다. 타이중에서 맛있게 먹고 온 것들을 간단히 언급해 본다. 홍루이젠 샌드위치, 궁원 안과 아이스크림, 딘타이펑의 만두, 춘수당 공부면, 칭징저훠궈의 훠궈, 타이거 슈가의 버블티, 85도씨 솔트 커피, 펑지아 야시장의 르촨 다코야키와 명륜총빙 등등이다. 모두 합격점을 줄만한 곳들이니 타이중에 갈 생각이 있다면 메모 해두길 권한다.
지난번 여행과 이번 여행은 많은 것이 달랐지만, 이번 여행에서도 나의 ‘니하오’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여행 첫날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도착해 ‘니하오’하고 인사를 했더니, 호텔리어가 중국어로 안내를 한다. ‘아이 캔트 스피크 차이니즈 (I can't speak Chinese)’라고 말했더니 그제야 영어로 안내를 한다. 속으로 ‘그래 아직 내 발음이 녹슬지 않았군.’하며 괜히 한 번 웃는다.
친구와의 다음 여행은 타이난으로 정했다. 25년 전에 타이베이를 갔고, 이번에 타이중을 갔으니, 우린 25년 후에 타이난을 가게 될까? 그보다는 빨랐으면 좋겠다. 마음 같아서는 코로나 종식 선언과 함께 타이난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다. 그날이 오면 나는 짐을 챙겨서 여권을 찾아들고 공항 가는 공항버스를 타련다. 우리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 요금은 무료가 아니고 13,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