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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시 Dec 20. 2022

'재벌집 막내아들'로 본 '리더'의 조건

feat. 스타트업 리더십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을 꼽자면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닐까 싶다. 시청률 20%대를 웃돌며 우영우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 매회 즐겨 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관심사인 경제와 기업 생태계를 다루고 있어 더 흥미 있게 보고 있다. 특히 90년대 말 외환위기부터 닷컴 버블을 배경으로 한 회차에서는 현재의 시장 경제가 오버랩 되어 더 집중도 있게 봤던 것 같다. 물론 그 당시 나이 상 사회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생의 눈으로 느꼈던 사회 분위기, 뉴스 속 장면들은 뚜렷이 기억난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실제 90년대 국내 외환위기가 미국의 긴축 정책 영향이었듯이 현재 경제 위기도 외생 변수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올 7월에는 소비자물가가 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 상승하기까지 했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 초 국면에 들어섰다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3 고(高) 시대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의 생존 싸움이 시작됐다. 체력이 약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금 악화로 인한 파산신청, 구조조정 등의 이슈가 불거지고 있고 당근마켓이나 우아한형제들과 같이 덩치가 큰 스타트업은 새 대표 선임 카드를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들어 9월까지 빚을 갚지 못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이 10%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이 대표의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처럼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면 거뜬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현실판 진도준은 존재하지 않지 않는가. 프로 이직러이자 홍보인으로 오랜 시간 여러 대표님들을 접하며 체감했던 일도, 사람 관리도 잘하는 리더들의 특징을 꼽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스타트업씬 중심이기에 스타트업 취업 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하나, 상대에 대해 '신뢰'할 줄 안다. 신뢰할 수 있기에 권한을 위임할 줄도 안다. 특히 스타트업 대표들의 경우 모든 사업부의 주요 역할을 본인이 다 하려는 경향이 있다. 10인 미만 사업 초기 때의 버릇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조직이 작을 때야 대표가 모든 사업부의 팀장처럼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이에 걸맞은 전문성을 지닌 경력자가 채용되었을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해당 영역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성과도 더 좋게 나오는 법이다. 그럼에도 일부 대표들은 불안심리 때문인지 쉽사리 역할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심지어 C 레벨 임원에게까지 꼭두각시처럼 대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결국 유능한 인재일지라도 빛을 내지 못하고 조직을 빠르게 떠나게 된다.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 것이다.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한다. 간혹, 내 말이 법이고 이미 답이 정해진 상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답정남녀의 리더들이 있는데, 이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본인 역시 피곤하게 될 뿐이라 생각한다.


둘, B급 플레이를 하지 않고 겸손하다. 모든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 생존 싸움을 벌인다. 이에 '업계 1위', '최초', '최대'의 타이틀에 목매달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경쟁사를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누르고 올라가려는 언론 플레이도 서슴지 않는다. 경쟁사의 약점이나 오류를 의도적으로 들추어 내 해당 기업에 악영향을 끼치도록 언론에 관련 기사나 소식을 전하게끔 지시하는 대표들이 있었다. 홍보인으로 일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어려웠던 경우가 이때다. 사람도 기업도 정말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굳이 상대를 의식하며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 내가, 내 기업이 최고라는 오만함과 무의식 속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에 허튼 수를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남에게 피해를 주면 결국 돌아오기 마련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볼 수 있지 않는가. 진양철 회장의 아들, 딸들이 머리를 굴려 상대를 눕히고자 할 때 처음에는 그들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는 듯싶지만, 결국 인과응보의 결말을 맞게 된다.


셋, 들을 줄 아는 귀가 있다. 유능한 리더는 소통에 능하다. 특히 내부 소통에 열려있다. 스타트업씬에서는 모든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회사 전반의 상황을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다. 타운홀 미팅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그 기업이 얼마나 소통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떠한 기업은 대표나 리더들의 일방향 스피치나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끝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소통을 추구한다는 명목만 내 새울 뿐 귀는 막고 입만 열려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또, 구직자들이 잡플래닛을 눈여겨보듯 대표를 포함한 기업 리더들도 잡플래닛을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잡플래닛에 올라오는 리뷰를 모두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이 내부에 어려움을 표출해 보고도 개선되지 않기에 이슈를 공식적으로 노출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리뷰에 동일한 불만족이 계속해서, 심지어 1년 이상 이어짐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기업은 귀를 막고 있는 기업일 확률이 높다. 내부와 소통하지 못하는 리더는 외부 투자자나 선배들의 조언에도 귀를 막고 본인만의 마이웨이를 고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에서만 듣는 척하는 것은 결국 탈로나 게 마련이다.


넷,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줄 알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사고 장면이 촬영된 사진을 보고 활짝 웃으며 진도준에게 지시한다. "홍보팀에 순양 자동차가 큰 사고에도 이렇게 탄탄하다는 것을 보도자료로 내라"고 말이다. 남들이 사고 그 자체에만 몰두해 있을 때 진 회장은 긍정의 기회를 포착해 이를 이용한다. 또, 순양 백화점 대표이사가 다음 해 가구 시장 매출을 낮게 볼 때 역시 진 회장은 1인 가구의 성장을 예견하며 매출 목표를 다시 잡으라 지시한다. 이는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 경영을 잘하는 리더들은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빠르게 캐치하는 인사이트 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이를 사업에 접목시켜 시장을 선점한다. 그만큼 기업 경쟁력은 높아지게 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 이때 더 중요한 것이 대표 혼자 뛰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리더의 인사이트를 같이 이끌어갈 내부 인재들이 뒤 받침 되어야 성장에 불이 붙는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3가지 리더의 특징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 뛰어난 리더들은 상대의 장점을 잘 캐치하고 이를 조직운영에 잘 활용할 줄 안다. 그리고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지지해 줄줄 안다. 또, 조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조직관리에 어려움이 덜 한 경우를 많이 본다. 조직 경험이 있는 리더가 직원들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이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뛰어난 경향이 있다. 책으로 배워 연애를 하는 것과 동일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실전은 다르기 때문이다.


유능한 리더가 곧 좋은 리더라고는 할 수 없다 생각한다. 유능하다는 것은 리더 한 사람에 대한 평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라는 타이틀 역시 개인마다 평가와 생각의 기준이 다룰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상적 리더를 '단단한 리더'라 표현하고 싶다. 사회와 조직구성원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편안한 리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함께 하고 싶은 리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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